AAII 1위 모티프 탈락, LG는 왜 살아남았나…독파모 ‘프런티어 AI’로 전환 [뉴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후 01:3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 2차 평가에서 이변이 나왔다.

글로벌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AI 모델 종합평가인 AAII에서 1위를 차지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탈락한 반면, AAII 점수가 가장 낮았던 LG(003550) AI연구원은 3차 평가에 진출했다.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017670)도 2차 평가를 통과했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모티프가 성능에서 밀리고 LG가 앞섰다는 의미가 아니다. 독파모의 경쟁 기준이 현재 모델의 벤치마크 성능을 넘어 글로벌 프런티어 AI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력과 활용성, 생태계 확장 역량을 종합적으로 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AAII 1위 모티프, 전체 평가에서는 탈락

모티프3는 AAII에서 47점을 받아 업스테이지(37점), SK텔레콤(35점), LG AI연구원(31점)을 크게 앞섰다. 정부 평가의 AAII 배점 25점으로 환산하면 모티프 11.75점, 업스테이지 9.25점, SKT 8.75점, LG 7.75점이다.

모티프3는 총 3140억개(314B) 파라미터의 MoE(전문가 혼합) 모델로, 실제 추론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파라미터는 약 132억개(13.2B)다.

그러나 전체 평가는 달랐다. 2차 평가는 글로벌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평가 35점, 사용자 평가 25점 등 100점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AAII는 25점이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AAII는 25점 배점”이라며 “75점의 배점에 상당한 무게 중심이 있었던 사용성·활용성 부분에서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별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특정 한 항목이 탈락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모티프는 AAII에서 보여준 높은 모델 성능을 다른 평가 영역에서 충분히 만회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아티피셜 애널리시스(AAII)
출처=아티피셜 애널리시스(AAII)
◇LG 750B·SKT 688B…국내도 대형화

국내 AI 모델도 빠르게 대형화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은 7500억개(750B) 파라미터, SK텔레콤 A.X K2는 6880억개(688B) 규모다.

LG는 이번 평가를 앞두고 모델 규모를 기존보다 3배 이상 확대했다. 초대형 모델의 학습·추론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과 같은 ‘체급’에서 경쟁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소형 모델만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며 “동일한 스케일 체급에서 동등 이상의 성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파라미터 규모가 곧 경쟁력은 아니다. 데이터와 학습 효율, 추론 성능, 에이전틱 AI, 실제 서비스 활용성, 안전성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글로벌은 2~3조개 급…우리도 1조개 확보부터

글로벌 AI 모델의 대형화 속도는 더 빠르다.

공개된 모델 가운데 중국 문샷AI의 Kimi K3는 2.8조개(2.8T), 알리바바 Qwen3.8-Max는 2.4조개(2.4T), 딥시크 V4 Pro는 약 1.6T 규모로 거론된다.

반면 오픈AI GPT, 구글 제미나이, 앤스로픽 클로드 등 주요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은 파라미터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이 모두 10조개(10T)급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1조개를 넘어 2~3조개급 모델이 등장하면서 조 단위 파라미터가 차세대 AI 경쟁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한 것은 분명하다.

LG의 7500억개(750B)는 국내에서는 초대형이지만 글로벌 최상위 오픈 모델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다. LG가 ‘동일 체급 경쟁’을 강조하는 이유다.

◇독파모도 ‘국내 1위’에서 ‘프런티어 AI’로

이런 가운데 정부 역시 독파모의 다음 단계가 기존 방식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류 차관은 “글로벌 프런티어 기업들이 모델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지원 규모나 경쟁 방식으로 따라갈 수 있는 환경이냐에 대한 토론을 기업들과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경쟁 방식을 탈피해 글로벌 프런티어 기업들의 모델에 버금가는 모델 경쟁이 가능한 방식으로 재편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중요한 점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모델’이 아니라 글로벌 최상위 모델과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AI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조 단위 예산 투자…특정 기업 주도 가능성도

프런티어 AI 개발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자본이 필요하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앞서 미토스급 모델 개발에 최신 GPU 약 1만장이 필요하며 GPU 가격만 약 3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 지원은 조 단위 재정 투입과 함께 민간 기업의 자본·기술·인력·데이터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프런티어 AI 프로젝트와 관련해 “민간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며, 여러 기업이 함께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는 방식뿐 아니라 특정 기업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독파모처럼 여러 기업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인프라, 글로벌 협력 역량을 갖춘 기업이 프런티어급 AI 개발을 주도하고 정부가 대규모 컴퓨팅과 R&D를 지원하는 모델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누가 1위인가’에서 ‘누가 다음 AI를 만드나’로

정부는 이런 관점에서 독파모 2차 평가를 통과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 AI연구원에 각각 400억원과 GPU 1000장을 지원해 연말까지 모델 성능 개선을 도울 예정이다.

이후 연말 한 개 업체를 떨어뜨리는 기존 경쟁 방식은 유지하지만, 프런티어급 모델 개발을 위한 정부 부처 간 예산 협의가 완료되면 독파모 3차 평가를 없애고 조 단위 파라미터, 최대 10조개(10T) 규모의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런티어 AI’ 사업과 독파모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모티프의 탈락과 LG의 통과는 독파모의 다음 경쟁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모티프는 314B(3140억개) 모델로 AAII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입증했다. LG는 750B(7500억개)까지 모델 체급을 키우면서 글로벌 협력, 에이전틱 AI, 안전성 등 종합적인 경쟁력을 앞세워 3차 평가에 진출했다. SKT 역시 688B(6880억개) 규모로 대형화 경쟁에 합류했다.

앞으로 독파모의 경쟁 기준은 ‘이번 평가에서 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느냐’에서 ‘누가 글로벌 프런티어 AI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조 단위 투자와 민간 기업 주도 가능성이 논의되는 가운데, 독파모가 ‘국내 최고 AI 모델’을 가리는 경쟁에서 미국·중국의 프런티어 AI와 실제로 경쟁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AI 역량 확보전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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