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윤석 로보티즈 부사장(CTO)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우리 휴머노이드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 아니다”라며 “액추에이터 자체가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제작한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신호를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등을 하나로 엮은 형태다. 사람으로 치면 관절과 근육에 해당한다.
표 부사장은 로보티즈의 다이나믹셀 초기 시절부터 현장을 경험한 로봇공학자다. 2005년 인턴으로 시작해 KIST와 일본 유학을 거친 뒤 2016년 복귀했고, 현재는 CTO로 휴머노이드와 액추에이터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2015년 김병수 대표와 DARPA 로보틱스 챌린지를 참관한 경험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표윤석 로보티즈 부사장(CTO) (사진=신영빈 기자)
로보티즈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 K1’은 높이 약 103㎝, 무게 35㎏ 미만의 소형 휴머노이드다. 허리 1개와 양팔 10개, 양다리 12개 등 기본 23개 관절을 갖췄다. 모듈형 구조를 적용해 향후 손이나 추가 관절 등을 붙여 자유도를 늘릴 수 있다. 하반기 정식 출시가 목표다.
AI 사피엔스의 핵심에는 로보티즈가 자체 개발한 준직구동(QDD) 액추에이터가 있다. 상체에는 Q60, 하체에는 Q80 계열을 적용했다. QDD는 높은 감속비를 사용하는 기존 고감속 액추에이터보다 감속비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로보티즈는 이를 통해 사람이 외부에서 관절에 힘을 가했을 때 관절이 함께 움직이는 ‘역구동성’을 확보했다.
역구동성이 높으면 외력을 감지하고 힘을 조절하기가 쉬워진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토크 제어와 충돌 안전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고감속기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무게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발열과 소음도 로보티즈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AI 사피엔스는 별도의 냉각팬이나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고 프레임을 통한 방열만으로 구동한다.
표 부사장은 “다른 휴머노이드를 보면 팬이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운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전체를 프레임 방열만으로 처리하고 있고 액티브 쿨링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발열이 적으면 소비전력을 줄여 로봇의 사용시간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로보티즈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 K1’ (사진=신영빈 기자)
로보티즈의 승부수는 이 같은 하드웨어를 폐쇄적으로 운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회사는 AI 사피엔스의 소스코드와 하드웨어 설계 파일, 부품명세서(BOM), 펌웨어 등을 공개해 대학과 연구기관이 자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연구자가 로봇 한 대를 구입한 뒤 정해진 기능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절을 바꾸고 새로운 손을 붙이거나, 자체 개발한 보행·조작·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또 다른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구조다. 로보티즈는 향후 해커톤과 로봇 대회, 연구자 세미나 등을 통해 개발 결과를 다시 공유하는 생태계도 구상하고 있다.
표 부사장은 로보티즈가 지향하는 휴머노이드의 핵심으로 ‘접근성’과 ‘개방성’을 꼽았다.
그는 “국민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가격대와 성능을 갖춘 로봇을 만들고 싶다”라며 “이런 로봇이 100대 정도 대학이나 연구 현장에 깔려 실제로 활용된다면 얼마나 많은 2차 연구가 줄줄이 나오겠느냐”고 했다.
오픈소스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로보티즈만 플랫폼을 활용한 연구자와 개발자들도 결과물을 다시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 ‘AI 사피엔스’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로보티즈)
국내에서도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은 빨라지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에서 물건을 집고 옮기는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휴머노이드 플랫폼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휴머노이드 경쟁이 현장 투입을 중심으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로보티즈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방점을 찍었다. AI 사피엔스를 대학과 연구기관이 자유롭게 개조·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급해 국산 액추에이터는 물론 보행·조작·학습 기술까지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실제 양산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와 휴머노이드의 가반하중, 연속 가동시간,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반복 작업 성능 등이 향후 상용성을 가를 전망이다. QDD가 빠르고 가벼운 움직임에는 유리하지만 무거운 물체를 다루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표 부사장은 “로봇은 실제 연구할 사람들이 함께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대회와 해커톤, 세미나 등을 통해 연구자들이 모이고 결과를 다시 공유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로보티즈가 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