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M&A 진단]전문가가 본 K바이오, M&A 성공 방정식은?③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전 11:07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인수합병(M&A)이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술을 확보하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업계에서는 굵직한 M&A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수조 원 규모의 거래를 감당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복제약(제너릭)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한 탓에 높은 위험을 지고 M&A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서도 활발한 M&A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넥스트 반도체인 ‘제약·바이오’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덩치부터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연적인 관문은 우선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M&A를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D 자금력에서 상대 안 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M&A 전략이 필수로 꼽힌다. 궁극적으로는 제너릭 중심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력, 그리고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학 명예교수는 “미국 제약업체들은 이미 80년대부터 살아남기 위해 M&A를 해왔다”며 “화이자, 사노피 등 대부분 유명 기업들은 모두 서너차례 빅딜을 통해 현재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R&D) 자금력에서 국내 업체들과 글로벌 기업 간 격차는 사실상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글로벌 시총 1위 제약 기업인 일라이릴리가 지난해 R&D에 투입한 비용은 133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한 해(2024년 기준) 동안 쓴 R&D 규모는 2조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 나라의 전체 산업에서 지출한 R&D 비용이 단 하나의 글로벌 기업이 투입한 R&D 비용의 7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인력에서도 비교 불가 수준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진행한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에 종사하는 연구인력(2024년 기준)은 1만9788명으로 집계됐다. 일라이릴리의 R&D 종사자가 약 1만20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단일기업에 속한 인력보다 약 8000명 정도 많은 수준이다.



◇오너 경영·복제약 중심·인력 부재 걸림돌

국내 M&A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는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5000억원 이하 매출액을 기록하는 기업을 오너 2세가 물려받을 경우 최대 600억원의 상속가액을 공제할 수 있다”며 “중소 제약사들이 많은 국내 산업 특성상 이러한 제도도 M&A 대신 승계를 선택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K바이오 M&A 진단]전문가가 본 K바이오, M&A 성공 방정식은?③


실제로 지난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5000억원을 넘는 기업들은 약 20여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5000억원을 넘지 못하는 대다수의 중소 기업들의 경우에는 경영권을 넘길 필요나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복제약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장 환경도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굳이 신약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복제약 시장의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복제약이 난립하는 시장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건강보험 약가를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3.55%에서 45%로 내리기로 했지만, 이번 정책이 과연 M&A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에 대응해 대형 제약사들은 전문약에 준하는 성분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 쪽으로 제품 개발을 서두르는 중”이라며 “약가가 인하된다고 해서 M&A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국내에서도 상위 제약사들이 장기간 협업하며 신뢰를 쌓은 뒤 전략적으로 결합해야 하지만, 강한 오너십과 경영권에 대한 집착 때문에 성장형 M&A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신약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만한 전문 인력의 부재, M&A 통합에 대한 경험 부족 등이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너무 방대한 지식과 정보들이 필요한 탓에 기업의 일부 인력들이 신약의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M&A 경험이 없다보니 이후 운영 방안에 대한 방향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책 지원 필요…일본 모범사례 삼아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민관 합동 정책금융 프로그램인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재국 부회장은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추격자이기 때문에 M&A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철 교수는 “신약을 만들었을 때 약가를 보장해주거나 판로를 확장해주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 지원이 절실하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최근 임상 개발에 대한 자금 투자가 거의 안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망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하고 개념 검증(POC)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금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공적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키워낸 일본이 모범 사례다. 다케다약품공업, 오츠카홀딩스, 다이이찌산쿄 등 모두 대형 M&A를 발판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이이찌산쿄는 2005년 당시 일본 내 업계 2위였던 대형 제약사 산쿄와 6위의 다이이찌제약의 경영 통합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으며, 다케다약품공업은 지난 2011년 스위스의 제약사 나이코메드를 인수해 당시 단숨에 세계 12위 기업으로 뛰어오른 바 있다. 국내 영업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자 규모를 키워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거래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제약업체들의 합종연횡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유도책이 있었다”며 “국내서도 명확한 목표를 갖고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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