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제트 임금동결, 남일 아니다"…네이버 노조 ‘통합교섭’ 선포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후 01:1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의 ‘임금동결’을 계열사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닌 그룹 전체의 문제로 받아든 네이버(NAVER(035420)) 노동조합이 전 계열사 통합교섭을 공식 선포했다. 법인은 나뉘어 있어도 주요 근로조건과 경영 의사결정에 네이버 본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계열사별로 반복해온 개별교섭을 끝내고 네이버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제2사옥 1784 1층 로비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를 열었다. 이날 1784와 그린팩토리 등에서 근무하는 네이버 및 계열사 조합원 300여명이 현장을 메웠다.

행사는 네이버제트 임금동결 규탄 집회로 시작했다. 이어 통합교섭 필요성과 5대 요구안을 발표한 뒤 조합원들이 대형 현수막을 머리 위로 펼쳐 넘기는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네이버지회는 행사 직후 네이버 본사에 통합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하고 본격적인 교섭 요구에 나설 방침이다.

네이버지회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1층 로비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네이버지회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1층 로비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네이버제트 0% 동결에 계열사 연대…“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어”

이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네이버제트의 ‘0% 임금인상안’이었다.

네이버제트는 지난 2월26일 올해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네이버가 5월7일, 네이버제트의 모회사인 스노우가 5월21일 각각 잠정합의를 마쳤지만 네이버제트 사측은 5월29일까지 별도 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6월24일 열린 5차 교섭에서 0%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두 차례 노동위원회 조정도 중지됐고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투표율 88.6%, 찬성률 98%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네이버제트뿐 아니라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스노우 등 다른 법인 조합원들도 피켓을 들었다. 이수운 네이버지회 사무장은 계열사가 다르더라도 “그 일이 언젠가는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조합원들이 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이날 네이버제트 조합원의 호소문을 대신 읽었다. 그는 “236만5200시간. 제트 구성원 270명의 1년입니다”라며 “타운홀 미팅 한 번 없이, 방향을 말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표류하는 제페토를 우리 손으로 붙잡아 온 시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가 지난 8월4일 크림 유상증자에 13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점을 거론하며 계열사 자금 운용의 실질적인 결정권이 네이버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오 지회장은 “권한은 내가, 책임은 네가. 이게 맞습니까”라며 “막상 권한을 행사한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권한이 없었던 구성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이버지회는 네이버제트 문제와 관련해 9월 추가 행동도 예고했다. 오 지회장은 “8월까지 책임 있는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9월9일 더 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파업이나 집회 등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며 네이버제트 조합원들과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네이버지회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1층 로비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네이버지회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1층 로비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16개 법인서 연 150번 교섭”…5대 공동 요구 제시

네이버지회는 네이버제트 사례가 현행 개별교섭 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한미나 네이버지회 부지회장은 “계열 법인의 핵심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주주와 이사회는 결국 모기업 네이버”라며 “지난 8년간 이어진 개별교섭 구조 속에서 계열사 간 처우 격차는 오히려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16개 계열사에서 약 150차례 교섭이 진행됐으며 노사가 투입한 시간만 1000여시간에 달한다. 한 부지회장은 “네이버 본사가 합의하기 전까지 계열사 사측은 입도 벙긋 못 하다가 네이버가 합의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장 효율적으로 일해야 할 IT 기업에서 가장 비효율적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의 개별교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이날 통합교섭의 구체적인 5대 요구안도 처음 공개했다.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근무환경 개선 △안전·보건 제도 개선 △구성원 성장과 발전을 위한 복지제도 확대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이다.

전 계열사 구성원에게 네이버의 경영 방향과 비전을 공유하고 근무 시간·장소 선택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한편, 통합적인 산업안전보건 및 직장 내 괴롭힘 관리 체계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주거안정 지원과 교육비 확대도 포함됐다. 임금과 성과급을 계열사 전체에서 일률적으로 맞추기보다는 네이버가 공통적으로 결정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근로환경과 복지 등의 영역부터 함께 교섭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지회장은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교섭 비용을 절감해 회사와 서비스의 성장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이것이 AI 시대 네이버가 맞은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지회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1층 로비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네이버지회가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1층 로비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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