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36) 모빌린트 대표가 바라보는 AI 반도체 시장의 다음 전장은 데이터센터만이 아니다. 기업·공장·관제센터 등 데이터가 발생하는 현장에 AI 서버를 설치해 추론하는 ‘온프레미스 AI’가 현실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모빌린트는 그동안 온디바이스·엣지 AI 반도체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주력 제품은 서버다. 첫 NPU인 ‘에리스(ARIES)’를 탑재한 제품도 서버가 중심이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온프레미스에서 중요한 것은 NPU의 단순 성능보다 기존 인프라에 얼마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신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GPU를 NPU로 대체하려 할 때 자신들이 운영하던 다양한 폼팩터 환경에 맞춰 끼울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효율성과 범용성을 얼마나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가 NPU칩 에리스(ARIES)와 저전력 온디바이스 AI(SoC)인 레귤러스(REGULUS)를 소개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온프레미스 수요가 커지는 대표적인 사례가 CCTV다.
기존 CCTV를 당장 모두 AI 카메라로 교체하기는 어렵다. 전국에 이미 설치된 카메라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대한 영상을 모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보내는 것도 부담이다.
기존 CCTV는 그대로 두고 영상이 모이는 관제센터 등 뒷단에 AI 서버를 붙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신 대표는 “CCTV가 엄청 깔려 있는 걸 다 대체를 지금 당장 할 수는 없고 그러면 결국 뒷단에서 붙어서 이걸 지능화해야 된다”며 “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보낼 거냐, 또 그건 어렵고…그 엣지에서 대신 서버로 들어가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공장과 산업 현장의 이상징후·화재 감지처럼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분야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역시 온프레미스 수요를 키울 것으로 봤다. 비용과 정보보안, 규제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보내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딱 3년 전만 하더라도 온디바이스가 전혀 생소한 개념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온프레미스의 시대가 이미 왔다”고 강조했다.
모빌린트는 에리스와 레귤러스를 기반으로 온프레미스부터 온디바이스까지 AI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로봇·드론 등 피지컬 AI 분야까지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AI반도체 기업 모빌린트 제품군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장기적으로 더 어려운 시장으로는 온디바이스를 꼽았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스마트폰·PC·자동차·로봇 등 기기 자체에서 AI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아 빠른 응답과 보안에 유리하지만, 제한된 전력과 공간 안에 CPU·GPU·NPU 등 다양한 반도체 IP를 통합하고 실제 제품에 넣어 양산해야 한다.
신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온디바이스, 그러니까 엣지 시장이 더 어렵다고 봐요. 데이터센터가 솔직히 훨씬 쉽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엣지가 지금 쉬워 보이는 이유가 아니, 시장이 안 열리는 데가 쉬워 보이는 거예요”라고 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스마트폰·PC·자동차 등에서 삼성전자·퀄컴·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퀄컴, 삼성, 애플이 다 메인인데 셋 다 자체 NPU를 개발한 지가 거의 10년 가까이 됐다”며 “삼성전자(005930)만큼 지금 NPU를 제대로 양산해본 회사가 국내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온디바이스는 NPU 하나의 성능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CPU·GPU·NPU 등 다양한 IP를 하나의 SoC에 통합하고 제품에 적용해 양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신 대표는 “가속기 칩은 엄청 크죠. 그런데 칩 구조가 단순하다”며 로봇용 SoC나 AP는 “칩 IP 종류가 수십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 대표는 2013~2014년 KAIST 유회준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NPU 연구를 시작해 2018년 ‘저전력 고성능 AI 반도체 프로세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리벨리온 오진욱 CTO가 그의 선배다. 2019년 30세의 나이에 직접 회사를 창업했다.
그가 국내 NPU 업계에 강조하는 것은 시간과 레퍼런스다.
“지금 제일 부족한 것은 시간입니다.”
AI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AI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글로벌 시장을 무조건 타깃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도 단순한 연구개발(R&D) 지원보다 실제 고객 레퍼런스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고객이 칩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결국 지금 얼마나 유의미한 레퍼런스가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올해 시리즈 C에서 700억원을 유치한 모빌린트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신 대표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혔다.
“기업의 실질 가치가 동일하다면 저는 밸류는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업가치를 한 번에 높이면 이후 성장곡선이 평탄해질 경우 새로 합류한 임직원이 성장의 과실을 누리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밸류에이션을 한 번에 너무 높여놓고 성장 곡선이 평탄해지면 그 시점에 합류한 임직원들은 업사이드를 누리기 굉장히 불리합니다.”
그는 “이 회사와 개인 임직원이 함께 성장하고 이 성장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정말 실질적으로 나누는 것에 진심”이라며 “제 몫을 챙기는 것보다 그게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조직 운영에서도 규모보다 협업을 중시한다. 현재 모빌린트는 120~130명 규모다.
AI 반도체는 칩 설계뿐 아니라 코어, 컴파일러,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 여러 기술을 동시에 최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100명과 100명 팀이 협력을 그렇게 긴밀하게 하는 게 어렵다”며 “팀 간, 팀 내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서별로 문제를 따로 해결하면 기술적인 문제는 고쳐지더라도 전체 제품 성능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분들을 모시기도 해야 되지만 이 팀워크가 제일 함께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을 모시는 데 처음부터 굉장히 집중해 왔고…”
2019년 창업 이후 AI 반도체 사업을 키워온 신 대표가 그리는 다음 단계는 단순히 NPU 칩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당장은 기존 CCTV와 산업 현장, 기업 인프라에 AI 서버를 붙이는 온프레미스 시장에서 실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PC·자동차·로봇까지 ‘모빌린트 인사이드’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칩 성능 경쟁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시스템을 만들고, 온프레미스에서 확보한 레퍼런스를 발판으로 온디바이스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 신 대표가 그리는 모빌린트의 다음 승부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