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현 독파모 방식 유효한지 고민…내년엔 AI 승부 봐야"

IT/과학

뉴스1,

2026년 8월 27일, 오후 04:13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인공지능 미래전략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8.27 © 뉴스1 박정호 기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프런티어(최상위) AI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인공지능 미래전략회의'에서 "독파모 2차 평가 결과물은 6개월, 1년 전으로 돌아가면 SOTA(현시점 최고 성능) 수준이지만 1년 만에 세상은 변했고 이에 대응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며 "이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중차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1년 반 전에 수립한 독파모 방식이 3~6개월 단위로 변화하는 AI 트렌드에 여전히 유효한지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프런티어 AI 모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투자를 어떻게 집중할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독파모를 뛰어넘는 프런티어 AI 모델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독파모는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단계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최종 1개 팀이 선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GPU 자원이 여러 기업으로 분산되는 탓에 빠르게 진행되는 프런티어 AI 모델 경쟁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배 부총리는 "지금 여러 논란, 의견들이 많이 있는데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과물을 한번 냈으면 한다"며 "산업계와 학계에서 고민하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 AI 모델을 쓰는 그런 판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올해 그 방향을 정하고 적어도 내년에는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독파모 프로젝트의 추진 방식뿐 아니라 최근 불거진 평가 결과 논란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과 AI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독파모 평가 절차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배 부총리는 AI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파장이 AI 산업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이 AI에 실패하면 전 산업 분야에서 실패할 것"이라며 "AI 확보, 산업 전반에서 활용, 서비스 확산 측면에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전 산업 분야에서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진우 KAIST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인공지능 미래전략회의에서 '최상위급 AI 모델 확보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2026.8.27 © 뉴스1 박정호 기자

이날 회의에서도 미·중과의 AI 기술 격차와 이를 따라잡기 위한 '절실함'이 주요 화두로 올랐다.

신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및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최상급 AI 모델 확보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최근 우리 모델이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지표나 실사용 측면에서 미국, 중국 모델과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신 교수는 국내 AI가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모델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만드는 데이터를 재학습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축 여부가 빅테크와 저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절실한지에 따라 프런티어 AI 모델 확보 방안이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도 최근 기술 패권 경쟁에 있어서 절실한 모습을 보이며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증류 방식으로 AI 모델을 모방하는 사례를 들었다. 미국 기업들이 AI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저작권 관련 합의금 부담을 감수하면서 책을 스캔해 데이터를 확보한 사례도 언급했다.

미·중이 AI 패권을 놓고 공격적으로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프런티어 AI 모델 확보를 위해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기술 확보의 절박함을 이유로 모든 수단이 허용될 수 있는지를 놓고는 회의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왔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절실하다고 해서 AI 기술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며 "AI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해서 사회 전반에 이 같은 기조가 확산되고 일반화돼야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AI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가 교육 등 사회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논리로 확대되는 데 대해서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모든 교육을 AI 중심으로 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회의는 과학기술과 AI 발전에 따라 촉발되는 미래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준비해야 할 핵심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번 2차 회의는 '범용 AI(AGI) 시대의 서막'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 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 '토큰 경제 시대의 법과 제도의 설계',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AGI와 사회: AI가 바꾸는 세 개의 시장'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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