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시대, 지역 정보보호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28일,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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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제3의 물결’로 널리 알려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90년 펴낸 ‘권력이동(Powershift)’에서 미래 사회의 권력은 폭력이나 자본이 아니라 지식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AI와 사이버보안 기술은 이러한 ‘지식 권력’을 구현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과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는 편의와 편리를 가져왔으나 사회 전 분야가 사이버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이버 위협 역시 더욱 정교하고 지능화하고 있으며 보안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를 우회 경로로 삼는 공급망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공급망 공격은 핵심 기업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공급망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를 노린다. 2022년 3월 도요타의 협력업체가 해킹을 당하면서 일본 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겪었고 올해 6월 애플 역시 협력업체가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제품 설계 도면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외부에 공개됐다. 국내에서도 랜섬웨어 피해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거래 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으로까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연결고리 내 ‘보안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보보호 전문인력과 보안기업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중소기업은 정보보호 예산과 전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기업이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피해는 공급망을 따라 기업과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의 정보보호 수준은 한 지역의 보안 역량을 넘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시대’라는 국가균형발전 기조에 맞춰 정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역 중심의 자생적인 정보보호 체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2014년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 정보보호지원센터를 구축한 이후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해 올해 세종, 대전, 전북, 경남, 제주를 추가하며 전국 16개 지역 정보보호지원센터 운영체계를 완성했다. 이로써 서울을 제외한 모든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기업들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전문적인 정보보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지역 정보보호지원센터는 단순히 기술·보안 컨설팅 제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보보호 인식 제고 교육, KISA의 다양한 정보보호 서비스 연계 등을 통해 지역 기업의 보안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또 전략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취약점을 점검하고 침해사고 징후를 탐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이버 안전의 최일선 방파제로서 지역 내 기업을 지키고 있다.

‘지역 정보보호지원센터’가 현장의 보안 역량을 높이는 기반이라면 ‘정보보호 클러스터’는 스마트선박, 스마트시티, 국방, 융합바이오, AI 로봇 등 지역별 전략산업과 연계한 보안기술 개발과 실증, 보안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단순히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전략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미래 전략이다.

지역의 정보보호 기반이 흔들리면 그 영향은 해당 지역사회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일상과 국가 경쟁력까지 이어진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이 스스로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정보보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때다. 지역의 정보보호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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