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온 기업들의 개인정보 과잉 수집이 데이터 활용 움직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석에 필요하지 않은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수집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키울 뿐 아니라 향후 해당 데이터를 AI에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법적·기술적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금융 6개 분야(△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신용카드 △저축은행 △증권) 220개 사를 대상으로 법령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한 사례에 대한 사전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40개 사에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융분야에서는 금융거래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기본적인 본인 식별수단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생겼다. 법령상 근거가 없는 아이디 찾기, 비밀번호 재설정 등 과정에서도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는 사례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금융권의 불필요한 주민등록번호 처리 문제가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난해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과정에서도최소한의 정보만 기록해야 할 로그에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다수의 개인정보가 별도 검토 없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위는 이를 피해 규모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봤다.
기업의 개인정보 과잉 수집 관행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맞춤형 서비스 등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환경에서 형성됐다.
이용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보할수록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해 기업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법적·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에 형성된 개인정보 수집 관행이 달라진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정보 과잉 수집이 단순히 유출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시대에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양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인정보 정책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바뀌고 있다. 개인정보 활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안전장치를 갖춘 데이터는 AI 학습과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는 공익적·사회적 필요성이 있는 AI 기술을 개발할 때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 AI 개인정보 활용 특례가 포함됐다. 개인정보를 안전장치를 전제로 AI 개발과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합리적으로 넓히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 문을 넓히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여전히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정보는 AI가 고객의 소비 성향이나 서비스 이용 패턴을 학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아니다. 기업이 별도의 방식으로도 이용자를 구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이 활용 목적과 무관한 정보를 다른 고객 데이터와 함께 수집, 관리한다면 향후 AI 학습, 분석 등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법적 검토 또는 기술적 보호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때로는 데이터 활용 자체가 제한될 우려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각국의 개인정보 규제 범위 안에서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패턴과 관계 등을 분석해 관심사를 추론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개인정보 자체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보다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에서 얼마나 높은 가치를 끌어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기웅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하는 구글도 적합한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법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며 "스스로의 분석 시스템으로 네트워크상 사람들의 관계를 도출하고,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통해 광고를 공급하면 효과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개인정보 등이 들어간 데이터는 공격자가 이를 악용하기 어렵게 하면서도 성능은 떨어뜨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처리하는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며 "기업들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yjra@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