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AI 끊기면 전쟁도 멈춘다”…네이버클라우드, ‘국방 AI 주권’ 청사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28일, 오후 02:2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AI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AI 주권’이 국가 안보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AI 모델과 클라우드에 국방을 의존할 경우 유사시 AI 사용 자체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방 인프라부터 AI 모델, 데이터, 서비스까지 우리 군이 직접 통제하는 ‘국방 소버린 AI’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부와 연결되지 않은 폐쇄망에서도 AI가 작동하도록 하고, 한국군의 작전 환경과 군사 지식을 이해하는 AI 모델과 실시간 판단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배성준 네이버클라우드 대외전략협력 전무. 사진=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AX전략포럼
배성준 네이버클라우드 대외전략협력 전무. 사진=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AX전략포럼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원장 김동수)이 주최하는 ‘AX 전략 포럼’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6년 제3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배성준 네이버클라우드 대외전략협력 전무는 ‘대한민국 국방을 위한 Sovereign AI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AI 통제권 해외 의존하면 ‘킬스위치’ 리스크”

배 전무는 국방 AI에서 중요한 것은 AI 성능만이 아니라 누가 AI를 통제할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최근 앤스로픽이 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사 AI 모델에 대한 해외 고객의 접근을 차단한 사례를 들며, AI 통제권을 해외 기업에 의존할 경우 국가 안보 차원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상황에서 AI가 지휘·정찰·표적 분석 등에 활용된다면 AI 접근 차단은 단순한 서비스 장애가 아니라 작전 수행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이 이른바 ‘킬스위치(Kill Switch)’ 리스크다. AI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외부 기업이나 국가의 결정에 따라 사용 여부가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AI가 실제 전쟁에 활용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배 전무는 미국의 이란 공습작전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를 사례로 들었다. 팔란티어의 ‘Maven Smart System’과 xAI의 ‘그록(Grok)’ 등이 활용돼 96시간 만에 2000여 개 표적 타격을 지원한 사례다. 배 전무는 “AI가 이미 현대전의 의사결정 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도 미스트랄AI와 다쏘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자국이 통제할 수 있는 AI와 클라우드를 국방 분야에 결합하고 있다.

◇범용 AI로는 한국군 작전 이해하기 어렵다

범용 AI를 국방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배 전무는 범용 AI 모델이 한국군의 군사 용어와 작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고, 국방에 필요한 폐쇄망 운영에도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군에는 일반 AI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군사 약어와 전문용어뿐 아니라 부대 편제, 지형, 작전 절차, 교전규칙(ROE) 등 고유한 지식이 있다. 따라서 군사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한 ‘국방 특화 모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방 특화 모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가 학습한 지식은 기본적으로 정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장에서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30분 전에 적 포병이 이동했거나 새로운 드론 영상이 들어올 수도 있고, 군수 보급로가 변경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방 AI는 과거에 학습한 지식만 답하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배 전무는 이를 위해 AI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여러 시스템에서 찾아보고 상황을 분석한 뒤 다음 작업까지 연결하는 AI다.

사진=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AX전략포럼
사진=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AX전략포럼
◇AI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하는 ‘하네스’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시한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가 ‘하네스(Harness)’다. 하네스는 AI가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권한과 규칙을 정하고, 필요한 군 시스템과 연결해주는 통제 장치다. AI가 모든 국방 데이터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정보를 볼 수 있는지, 어떤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를 정한다.

C4I(지휘·통제 체계), 감시·정찰 영상, 부대 데이터베이스 등과 연결하되 보안등급과 사용자 권한에 따라 접근 범위를 제한한다. AI가 어떤 정보를 확인하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도 기록한다.

지휘관의 경험과 판단 기준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규칙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휘관이 “표적 비교 시 진짜 표적인지 먼저 확인하고, ROE에 맞지 않으면 제외하며, 부수 피해가 적은 쪽을 고르고 사유를 남겨라”고 지시하면 이를 AI가 실행할 수 있는 규칙과 도구로 구조화하는 방식이다.

즉 AI가 단순히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확인하고 판단한 뒤 필요한 행동까지 연결하되, 군의 규정과 지휘 원칙 안에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육·해·공군에 흩어진 데이터도 연결

국방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도 연결돼야 한다. 현재 육군·해군·공군과 합참 등에 데이터가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두 옮기는 대신 각 부대에 있는 데이터를 그대로 두면서 필요한 순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패브릭(Data Fabric)’을 제시했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데이터를 하나의 연결망처럼 묶어 AI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온톨로지(Ontology)’를 적용해 데이터 사이의 관계와 의미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특정 부대와 지역, 장비, 작전 정보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AI가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텍스트뿐 아니라 사진·영상·음성까지 함께 이해하는 ‘옴니(OMNI) 모델’도 활용한다. 이를 통해 AI가 드론 영상과 지형·기상 정보, 부대 상황 등을 함께 분석해 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폐쇄망 안에서 인프라부터 AI까지 통제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시한 국방 소버린 AI의 핵심은 인프라부터 AI 서비스까지 국방망 안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먼저 외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군의 폐쇄망에 ‘전용 리전(Dedicated Region)’을 구축한다. 전용 리전은 특정 군이나 기관을 위해 AI 서버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해 외부와 연결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AI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 위에 한국군의 작전과 군사 용어를 이해하는 국방 특화 AI 모델을 올린다. 이어 국방 데이터를 관리하고 AI 모델을 운영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시간 작전 판단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를 연결한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말하는 ‘국방 소버린 AI 풀스택’은 인프라부터 AI 모델, 데이터·플랫폼, AI 에이전트까지 국방 AI 전체를 하나의 체계로 구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군 현장에 엔지니어 직접 배치

AI를 실제 군에 적용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게 네이버클라우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방식이 FDE(Forward Deployed Engineer)다. 쉽게 말해 현장에 직접 배치되는 AI 엔지니어다. FDE는 AI 개발자가 사무실에서 시스템을 만든 뒤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군 현장에 직접 들어가 군 관계자와 함께 필요한 AI를 만드는 방식이다.

현장 엔지니어가 실제 업무와 데이터 흐름을 파악한 뒤 1~2개의 핵심 기능을 먼저 개발한다. 이후 군이 직접 사용하면서 나온 요구사항을 반영해 시스템을 계속 고도화한다.

배 전무는 미국 팔란티어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국방 AI를 일회성 시스템 구축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군의 전문성과 AI 기술이 장기적으로 결합해 함께 발전하는 ‘공진화(Co-evolution)’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성엽 AX 전략 포럼 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국방 AX 전략이 산업·학계·안보 현장을 아우르는 실질적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며 “국방 AI 안보 확립과 방위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제 이후에는 남한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류혁선 KAIST 경영대학 교수, 홍기현 세종디엑스 AI연구소장, 민대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권경용 고려대 연구위원, 장재만 공군 AI신기술융합센터장, 임희주 서원대 교수, 전현석 세종대 교수, 김만수 전 공군 준장 등이 참여해 한국형 국방 AI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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