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로먼 우주망원경 발사…우주 팽창 비밀 찾는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8월 31일, 오전 11:1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관측 시야가 100배 이상 넓고 관측 속도는 1000배 더 빠른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30일(현지시간) 발사됐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최소 5년간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의 로먼 우주망원경을 실은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은 이날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인근에서 발사됐다. 발사 과정 주요 단계는 모두 ‘노미널(nominal)’ 상태였다. NASA에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100만 마일(약 160만㎞) 떨어진, 화성 방향의 먼 궤도까지 이동하는 데 약 3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350마일(약 560㎞) 상공의 낮은 지구 궤도에 있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첫 이미지는 내년 초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단지에서 발사되고 있다.(사진=AFP)
미 항공우주국(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단지에서 발사되고 있다.(사진=AFP)
로먼 우주망원경은 우주를 광범위하게 탐사하도록 설계된 관측용 망원경이다.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는 시야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약 100배 넓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관측 속도다. 로먼에는 허블과 비슷한 감도를 갖추면서도 1000배 빠르게 관측할 수 있는 광시야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줄리 매케너리 선임 프로젝트 과학자는 로먼 우주망원경이 한 달 동안 수행할 우리은하 관측을 허블이 하려면 100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로먼 우주망원경이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 밀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중력과 반대되는 효과로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성분이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우주론적 적색편이(cosmological redshift)’라는 현상을 관측할 예정이다. 적색편이는 천체에서 나온 빛의 파장이 관측자에게 올 때 더 길어져, 스펙트럼이 붉은색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는 망원경이 우주의 역사를 얼마나 먼 과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로먼 프로젝트에 참여한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적외선처리·분석센터 연구원 윤 왕은 “로먼을 통해 암흑에너지에 대한 매우 정밀한 측정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의 흔적도 찾는다. 로먼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의 밝기가 미세하게 변하는 것과 같은 희미한 신호를 포착해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별빛을 차단하는 장비를 갖춘 덕분이다. 일종의 인공 일식을 만들어 별빛을 가리고, 이를 통해 별빛에 가려져 있던 희미한 행성이 해당 별 주위를 돌고 있을 경우 이를 직접 촬영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로먼 우주망원경의 넓은 시야가 ‘미세중력렌즈(microlensing)’라는 희귀한 현상도 포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세중력렌즈는 천체의 중력이 뒤쪽 천체의 빛을 휘게 해 밝기를 일시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으로, 이를 이용하면 직접 보이지 않는 작은 외계행성도 발견할 수 있다.

NASA 과학임무국장 니키 폭스는 “로먼 우주망원경이 생명체를 찾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우주망원경이 NASA가 생각하는 가장 큰 질문인 ‘우리는 혼자인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지구 2.0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고 말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앞으로 최소 5년간 우주를 관측할 예정이다. 연료를 보급할 수 있도록 설계돼, 향후 10년 안에 로봇 연료 보급선이 개발된다면 임무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NASA 최초의 수석 천문학자였던 고(故) 낸시 그레이스 로먼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NASA가 여성의 이름을 딴 최초의 우주망원경이기도 하다. 그는 2018년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NASA 출신 과학자들은 로먼을 ‘허블의 어머니’로 부른다. 1959년 신생 NASA에 합류한 로먼은 지구의 대기가 시야를 가리는 문제를 극복하려면 우주에 관측소를 설치해야 더 멀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허블 우주망원경 같은 우주 프로젝트의 자금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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