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규제샌드박스' 신청 쑥...복합규제에 지정은 뚝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신산업의 규제혁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규제샌드박스 지정은 오히려 줄고 있다. 의료·복지·AI 규제가 얽힌 돌봄로봇처럼 융합 기술이 늘면서 어느 부처가 담당할지를 정하는 데부터 시간이 걸리고, 정식 심사 전 사전 컨설팅과 관계부처 협의까지 길어지고 있어서다.

AI 돌봄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A사는 올해 5월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한 뒤 4개월째 사전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의료기기인지 일상생활 지원용 복지용구인지 판단이 쉽지 않아 AI 안전성, 개인정보 보호, 기존 규격 등을 놓고 관계부처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단독]  AI '규제샌드박스' 신청 쑥...복합규제에 지정은 뚝
◇AI 과제는 급증, 지정은 감소

31일 과기정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ICT 규제샌드박스 신규 과제는 전년 동월 4건에서 12건으로 3배 늘었다. 이 가운데 11건이 AI 관련 과제였다.

반면 규제샌드박스 지정 건수는 2024년 51건에서 지난해 45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7월까지 8건에 그쳤다. 이중 AI 신규 과제 지정은 단 1건이다.

신청 자체도 감소세다. 전체 신청 건수는 2024년 110건에서 지난해 67건으로 줄었고, 올해 7월까지는 33건으로 줄었다. 실증특례 신청도 2024년 32건에서 지난해 19건으로 40% 이상 줄었다.

현장에서는 법정 심사기간보다 심사에 들어가기 전 단계가 길어지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정보통신융합법상 규제샌드박스 결과 통지 기한은 30일이지만, 실제로는 정식 접수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의 사전 컨설팅과 관계부처 협의가 이뤄진다. 서류 보완이나 규제 쟁점 조정이 길어지면 기업의 대기 기간도 늘어난다.

특히 AI·모빌리티·헬스케어처럼 여러 부처 규제가 얽힌 서비스는 협의가 복잡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근 신청 업체들은 주로 AI 학습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민감한 영역이 많아 난도가 높다”며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실제 개인정보 규제가 사업의 걸림돌이 된 사례도 있다. 올해 5월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아주대 산학협력단의 ‘AI 기반 중증외상 환자 케어시스템’은 응급처치실 CCTV 설치를 둘러싼 개인정보보호법이 쟁점이 됐다.

현재 규제샌드박스는 6개 부처, 8개 영역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AI·모빌리티·헬스케어처럼 여러 산업이 결합한 서비스가 늘면서 부처별 규제 체계가 융합 기술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원우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장은 “접수만 형식적으로 일원화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심사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이 생겼을 때 누가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샌드박스를 통과한 뒤에도 법령 정비가 늦어지면 같은 사업에 다시 샌드박스를 신청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 교수는 “법령이 정비되면 규제샌드박스를 거칠 필요가 없는데, 법이 바뀌지 않으니 새로운 업체가 같은 사업을 하려 해도 다시 샌드박스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용된 것을 제외하면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전체 시스템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해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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