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나상훈 부장판사)는 1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위원장 등 6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한 전 위원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모 전 방통위 방송정책국장과 B모 전 방송지원정책과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C모 광주대 교수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심사위원이었던 D모·E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한 전 위원장 등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특정 항목의 점수를 낮추도록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바탕으로 재승인 심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실제 법정에서 공개된 문자와 심사 과정의 기록을 보면 이 같은 공모가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명확하다고 반박했다.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기소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6월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3년 6개월 정도 진행돼 2026년 9월 1일 결심공판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최후변론과 최후진술에서는 당시 심사 현장의 구체적인 정황과 객관적 기록이 공개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실제 상황이 배치된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A모 전 국장이 B모 전 과장과 C 심사위원장을 거쳐 심사위원들에게 순차적으로 점수 조작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기록에서는 이 같은 공모 시나리오와 배치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2020년 3월 20일 오전 심사 현장에서 B모 전 과장이 “세 분이 점수를 수정하고 계신다”고 보고하자 A모 전 국장은 즉시 “안 된다고 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들은 이 같은 기록이 사전에 점수 조작을 공모하거나 상부에서 조작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과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A모 전 국장 측 변호인은 “최고·최저점을 제외하는 복잡한 집계 구조상 엑셀 원본 데이터 없이는 과락 자체를 설계할 수 없다”며 “A 전 국장은 세부 집계표를 열람하거나 전달받은 적조차 없고, 수정 보고를 받자마자 제지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현장을 지원했던 B모 전 과장 역시 “심사위원들의 개별 평가표 작성과 최종 의결 전 수정 여부는 심사위원회의 고유 권한이자 통상적인 절차였다”며 “이를 특정 방송사 불이익을 위한 공모로 엮은 것은 명백한 억측”이라고 진술했다.
B 전 과장은 3년 넘게 직위해제 상태로 지내며 가정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상혁 “조작할 거면 퇴출했지…왜 조건부 재승인했겠나”
한 전 위원장은 최후진술에서 당시 심사 및 의결 과정의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전 위원장은 “심사 당시 A 국장으로부터 C 심사위원장에게 1차 집계 결과를 알려주었다는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수사가 개시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집무실을 찾아온 B 과장에게 ‘대체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A 국장과 B 과장 사이에 점수 수정 보고와 이를 만류하는 ‘안 된다고 해요’ 카카오톡 대화가 오갔다는 사실 역시 2022년 수사 개시 이후에야 처음 알았고, 당시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코로나19 창궐로 주말에도 중앙재해대책본부 회의를 마친 뒤 과천 청사로 복귀해 보고를 받는 등 심사 결과에 어떠한 하자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상임위원들에게 별도로 알리지 않은 것인데, 이를 두고 ‘기망’이라며 범죄로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제시한 ‘네 가지 사전조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 전 위원장은 “심사위원 추천 단체에 민언련을 포함한 것은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연합’을 함께 포함해 균형을 맞춘 것이며, 외부 심사위원장 선정도 상임위원 전원 합의로 결정된 것”이라며 “심사 전 실무진에게 TV조선 관련 우려를 표명했다는 검찰 주장은 완전한 허구이자 창작”이라고 꼬집었다.
‘조건 없는 재승인을 막기 위해 조작했다’는 범죄 동기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당시 TV조선은 트롯 예능 등의 대성공으로 실질적 종합편성채널 면모를 갖춰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 충분히 예상됐다”며 “만약 위험을 무릅쓰고 점수를 조작했다면 당연히 ‘재승인 거부(퇴출)’ 처분을 했어야지, 안팎의 격렬한 비난을 자초하면서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봐주기 처분을 내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심사위원장·심사위원들 “양심 따른 정당한 평가…정치적 수사로 일상 파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C 교수와 심사위원들도 최후진술에서 ‘밀실 조작’이라는 검찰의 시각을 반박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C 심사위원장은 “재승인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장으로서 어떠한 나쁜 의도나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한 일은 전혀 없다”며 “재판부께서 이를 헤아려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C 심사위원장 측은 지원반 실무자가 최종 의결 전까지 수정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심사위원들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허용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D씨는 “평가 점수를 부여하고 조정한 것은 양심에 따라 거리낌 없이 한 것으로 범죄가 될 수 없다”며 “어머니는 딸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시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4년 넘는 수사와 재판으로 겪은 고통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울먹였다.
E 심사위원 역시 “당시 시청자 의견에 팽배했던 막말·편파 방송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비해 부여한 점수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고민이 들던 차에, 마지막 날 수정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듣고 전문가로서 양심에 맞게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정권 교체 후 방통위원장 교체 목적의 정치적 수사에 휘말려 EBS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등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다”고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TV조선 점수를 올린 다른 심사위원은 불기소 처분하고 점수를 낮춘 위원들만 기소한 검찰의 자의적 잣대도 지적했다.
또 수정 전후 평가표가 방통위에 가감 없이 제출된 만큼 이를 두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동료들 보이스피싱에 빗댄 검찰에 참담…전원 무죄 호소”
한 전 위원장은 검찰이 피고인들의 관계를 ‘보이스피싱 점조직’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정무직인 저를 제외하더라도 평생 공직에 헌신한 실무 공무원들과 학자들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빗댄 검찰의 발언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서로 무관한 개별 행위들을 사후적으로 하나의 범죄로 엮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보도설명자료 작성 혐의에 대해서도 “감사원 발 보도 이후 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방통위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의견 표명이었을 뿐 허위공문서가 아니다”라며 “기관의 정상적 공보 활동마저 허위공문서로 처벌한다면 어느 공직자도 외부에 입장을 표명하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 전 위원장은 끝으로 “저로 인해 억울하게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삶이 무너진 피고인들의 고통을 덜고 오해의 굴레를 벗겨내기 위해서라도,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간곡히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6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오는 11월 12일 오전 10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