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법 2달…정치 가짜뉴스보다 리뷰·홍보글 몰렸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후 03:1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른바 ‘허위조작정보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 이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처음으로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법 시행 초기 우려됐던 대규모 게시물 삭제·차단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실제 신고는 정치·선거 관련 ‘가짜뉴스’보다 숙박·음식점·미용 시술 후기 등 생활밀착형 게시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KISO는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다. 정부 심의·제재와 별도로 회원사들이 공통 기준에 따라 게시물 정책을 운영하도록 돕는다. 이번 허위조작정보 심의에는 네이버, 카카오, 다음, 네이트, 당근마켓 등이 참여했다. 당근마켓은 법상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자율규제에 동참했다.

김민호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장이 2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김민호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장이 2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첫 심의 27건 모두 삭제 결정 없어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난 7월 7일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회원사로부터 심의를 요청받은 허위조작정보 신고 27건에 대한 심의 현황을 공개했다. KISO가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기준의 실제 적용 사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SO에 따르면 접수된 27건 중 심의 도중 삭제됐거나 명예훼손성 권리침해로 임시조치가 이뤄진 4건을 제외한 23건이 최종 심의를 받았다. 결과는 모두 ‘해당 없음’이었다. 가이드라인상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돼 삭제·차단 등 조치가 내려진 사례는 없었다. 다만 플랫폼별 심의 요청 건수는 각 사 이용 규모나 시장 점유율에 대한 간접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상정 게시물은 정치·사회적 쟁점보다 상품·서비스 정보, 이용 후기, 홍보성 게시물이 많았다. ‘정보·후기·홍보형’ 게시물은 19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여행업체·숙박 정보, 음식점 영수증 리뷰, 미용 시술 후기, 상품 할인 정보 등이 포함됐다.

김민호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장은 “당초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많지 않겠느냐고 예상했지만 전혀 달랐다”며 “정보를 전달하거나 상품·서비스 후기를 하거나 홍보하는 게시물들이 70%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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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이어도 목적·침해성 따졌다

삭제 결정이 나오지 않은 것은 KISO가 허위조작정보 요건을 엄격하게 본 결과다. KISO 가이드라인상 허위조작정보는 △허위정보 또는 조작정보일 것 △허위·조작임을 알면서도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을 것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것 등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된다.

KISO는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핵심 메시지나 일반 이용자의 사실 인식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경미한 오류, 일부 부정확한 표현, 최신성 부족, 착오 가능성 등은 허위조작정보로 보지 않았다.

다만 27건 모두가 1단계에서 탈락한 것은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허위 정보나 조작 정보에 해당은 하는데 목적성이나 침해성이 없어 해당 없음으로 판단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고시원 소개 글에 실제 장소가 아닌 외국 특급호텔 로비 사진을 붙인 사례, 특정 물질을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며 무관한 치료 사례를 제시한 사례, AI 생성·합성으로 보이는 이미지 사례 등이 있었지만 목적성·침해성이 확인되지 않아 최종적으로는 해당 없음으로 봤다.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 위원인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내용이 허위이거나 조작됐다고 해서 허위조작정보인 게 아니다”며 “피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허위·조작 정보,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 침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생성물과 딥페이크도 단순히 기술적 변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조작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김 교수는 조작정보 판단 기준에 대해 “단순한 변형 자체가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객관적 사실로 오인하게 할 만한 기망적 외관을 갖추었는지”라고 설명했다. 시공간 재배치, 부분 편집, 허위 귀속 등으로 맥락이 왜곡됐는지도 판단 요소다.

◇“불법정보 아닌 자율규제 영역”

김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가 음란물, 마약·총포·화약류, 명예훼손 정보 등과 같은 ‘불법정보’ 범주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불법정보는 공적 규제 영역이지만, 허위조작정보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신고를 받고 자율적으로 판단·조치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KISO 결정은 법적 구속력보다는 협약에 따른 구속력에 가깝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카카오·다음·네이트·당근마켓 등 회원사가 KISO 심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 협약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삭제, 접근차단, 노출제한, 수익화 제한 등 구체적 조치는 회원사가 판단한다.

해외 플랫폼 참여 가능성도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KISO가 국내외 사업자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 두 곳 이상이 회원 가입을 전제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를 적용받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네이버, 카카오, 다음, 네이트, 디시인사이드 등 국내 사업자 5개와 구글, 메타, 엑스(X), 틱톡 등 해외 사업자 4개 등 총 9개를 지정해 통보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KISO가 법 시행 전 허위조작정보 유통금지 규정에 강한 우려를 표했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 단순 허위·조작만으로 조치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플랫폼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의 무분별한 삭제·차단은 없는 것으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 위원인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세상에 유통되는 정보들을 사실 여부를 판단해 필터링하라는 역할이 잠정적으로 부여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플랫폼이 사회 정보의 필터로서 역할하는 것은 플랫폼 권력화이기 때문에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최소화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개선을 한다면 불확정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해 주기를 바란다”며 “의도, 목적, 침해, 공익 같은 것들이 모두 애매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확정적 개념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SO는 앞으로 심의 사례를 축적하고 결과를 공개해 자율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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