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최근 세종시 집현동 K-문샷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PD는 현재 K-문샷 프로젝트 양자 분야 프로그램디렉터(PD)를 맡고 있다.
8월 21일 이순칠 K-문샷 프로젝트 양자분야 PD가 세종시 집현동 K-문샷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유리 기자)
이 PD는 단순히 큐비트(양자컴퓨터 연산 단위) 수를 늘리는 것보다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드웨어에서는 국산 양자컴퓨터 확보와 고도화를 추진한다. 소프트웨어에서는 AI를 접목해 양자컴퓨터 성능을 높이고 기존 컴퓨터보다 유리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양자이득’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이 PD는 “1000큐비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보다 실제 문제를 풀고 오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는 하드웨어 규모로는 이미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도달한 수준이다. 앞으로는 큐비트 수 자체보다 오류율을 낮추고 실제 문제를 안정적으로 풀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가장 큰 기술적 난제로는 ‘오류 정정’을 꼽았다. 초전도 방식이나 이온트랩 방식 등 구현 기술과 관계없이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는 설명이다.
기술 성과를 보여주는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큐비트 수나 오류율 같은 기술 지표보다 양자컴퓨터가 실제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PD는 “일반 국민에게 오류율이나 큐비트 수만 제시해서는 기술 진전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노화역전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양자컴퓨터를 만들겠다’처럼 뚜렷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조선·배터리…한국 잘하는 산업부터”
신약 개발과 분자 시뮬레이션, 물류·공정 최적화 등이 대표적인 활용 분야다. 분자 특성을 계산하는 기술은 신약뿐 아니라 2차전지와 친환경 비료 등 새로운 소재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산업에 적용할 때는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미국이 거대한 신약·금융 시장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의 양자컴퓨팅 적용에 적극적인 것처럼 한국 역시 산업 구조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PD는 “반도체처럼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분야는 열 문제 등을 조금만 개선해도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한국이 잘하는 반도체·조선·배터리 등에 양자컴퓨팅을 먼저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추격 가능성도 높게 봤다. 하드웨어는 미국·중국 등 선도국과 격차가 있지만 양자 소프트웨어는 아직 성장 단계다. 국내 연구진도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양자 파운드리, 수익 날 때까지 기다려선 늦어”
이 PD는 양자 파운드리 역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에서 수익 모델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한국의 기존 반도체 제조 경험을 양자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양자 소자에 사용하는 재료와 공정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보유한 반도체 제조·패키징 역량은 향후 양자 하드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과제로는 인력 부족을 꼽았다. 큐비트 구현과 제어·측정, 오류 정정, 소재·부품·장비 등 모든 분야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사람을 키우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PD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인력이 빨리 성장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연구 과제를 통해 대학과 연구소에 사람이 유입되고 경험이 쌓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칠 PD의 세종시 집현동 K-문샷 프로젝트 사무실 (사진=안유리 기자)
도전적인 연구일수록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용인하려면 결과만 보고 연구자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PD는 “처음부터 방법론이 적절했고 연구자가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며 “실패를 용인하려면 결국 중간 과정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술 변화가 빠른 만큼 필요하면 연구 과정에서 목표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 PD는 앞으로 3년간 K-문샷 프로젝트 양자 분야 PD로서 정책과 연구 현장을 연결할 계획이다. 그는 “현장을 직접 찾아 연구 과정을 보고 전문가들과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며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