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꽂힌 탈모약, 진짜 수혜주는?…펩트론 급락 왜?[바이오맥짚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전 08:52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비만치료제에 이어 탈모치료제가 글로벌 증시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기대감에 관련주가 급등했지만, 실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부터 초기 연구단계 기업까지 수혜 논리는 제각각이다.

반면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평가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펩트론은 별다른 악재 공시 없이 이틀 연속 급락했다.



◇월가 다음 금광은 탈모약…국내 급여화는 ‘일단 멈춤’

블룸버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주식은 잊어라. 탈모치료제가 월가의 다음 금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유전성 탈모 인구가 남성 약 5000만명, 여성 약 3000만명에 달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새로운 치료제가 허가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후보는 코스모의 남성형 탈모 외용제 ‘클라스코테론’이다. 코스모는 2027년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판매 파트너 확보를 전제로 세계 매출을 최대 30억 달러(약 4조1000억원)로 추산했다. 경구용 미녹시딜을 개발하는 베라더믹스(티커 MANE) 주가는 지난 2월 상장 이후 약 500% 올랐고, 인공지능(AI) 기반 주사제 ABS-201을 개발하는 앱사이(ABSI) 주가도 올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연초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확대 논의로 관련주가 주목받았지만,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만큼 이번 주가 상승에 미친 정책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여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건보재정 우선순위를 둘러싼 반발이 커지자 지난 7월 4일로 예정했던 ‘모두의 토론회’를 취소했다. 보건복지부도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연내 제도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JW신약(067290) 주가 추이. 탈모치료제 관련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료=KG제로인 엠피닥터(MP DOCTOR))
JW신약(067290) 주가 추이. 탈모치료제 관련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료=KG제로인 엠피닥터(MP DOCTOR))




◇제품 있는 JW신약·현대약품…상한가 이유 있었다

정책 논의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탈모 관련주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일 KG제로인 엠피닥터(MP DOCTOR·옛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JW신약(067290)과 현대약품(004310)은 각각 30.0%, 29.9%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탈모치료제를 판매하고 있어 급여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빠른 매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JW신약은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경구제와 미녹시딜 외용제를 판매한다. 현대약품도 미녹시딜 외용제 ‘마이녹실’을 보유하고 있다. 정책이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등 처방약 중심으로 설계되고 일반의약품인 미녹시딜 외용제가 제외되면 JW신약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급여화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방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보험약가가 기존 비급여 가격보다 낮게 책정되면 제품당 수익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탈모주라도 시계 달라…위더스·바이오니아·삼익 비교

위더스제약(330350)·바이오니아(064550)·삼익제약(014950)은 국내 처방되는 JW신약·현대약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후보물질 생산, 탈모 완화 화장품 판매, 초기 제형 연구 등 사업화 단계와 정책 수혜 가능성도 제각각이다.

1일 5.9% 상승한 위더스제약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생산을 담당한다. 인벤티지랩·대웅제약이 개발하는 피나스테리드 기반 ‘IVL3001’과 종근당이 임상 3상 중인 두타스테리드 주사제 ‘CKD-843’의 생산을 맡는다. 개발 실패와 허가 지연 위험은 있지만 의약품 상용화까지의 거리는 세 회사 중 가장 짧다.

25.1% 오른 바이오니아는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기반 탈모 완화 제품 ‘코스메르나’를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다. 다만 코스메르나는 건강보험 적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만큼 정책 수혜보다 해외 판매 확대와 후속 제품 성과가 주가를 좌우할 변수다.

26.7% 오른 삼익제약은 세 종목 중 탈모 아이템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 성과로 돌아오기까지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한 종목이다. 바리시티닙을 월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SLIM2401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서다. 삼익제약 관계자도 “단기 연구성과로 곧바로 제품화되는 단계가 아니라 중장기 연구개발 과제”라며 “출시를 앞둔 의약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삼익제약은 지난해 10월 하나금융제28호스팩과 합병해 상장했다. 합병가액은 7480원으로, 1일 26.7% 급등한 종가 6830원보다 여전히 높다.



◇릴리 평가 막바지…펩트론, 이틀째 공매도 증가

펩트론(087010)은 지난달 31일 4.78% 하락한 데 이어 1일에도 9.66% 떨어진 16만5500원에 마감했다. 이틀간 하락률은 약 14.0%다. 별도의 악재 공시는 없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5만8776주, 1만2423주를 순매도했다.

공매도 거래량도 지난달 31일 5만1483주에서 1일 7만5282주로 46.2% 증가했다. 1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127억9203만원으로, KRX와 넥스트레이드(NXT) 합산 거래량의 21.1%를 차지했다.

주가 하락을 공매도 탓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틀 연속 물량이 늘고 비중이 20%를 웃돌았다는 점에서 하락 압력을 키웠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1일 순보유잔고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실제 잔고 증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펩트론은 지난해 12월 1일 “미국 일라이 릴리와의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기간을 계약일인 2024년 10월 7일부터 최대 24개월까지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펩트론은 지난해 12월 1일 “미국 일라이 릴리와의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기간을 계약일인 2024년 10월 7일부터 최대 24개월까지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장에서는 릴리와 진행 중인 플랫폼 기술평가의 최대 계약기간 종료가 가까워진 데 따른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압박한 것으로 본다. 펩트론은 2024년 10월7일 릴리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 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당초 약 14개월에서 지난해 12월 정정공시를 통해 최대 24개월로 변경됐다.

현 공시상 최대 기간은 오는 10월7일까지다. 평가 결과가 후속 기술이전으로 이어질지를 둘러싼 경계감이 커진 셈이다. 다만 이날 기술이전 여부가 반드시 발표되는 것은 아니며, 양측 협의에 따라 평가 일정이 다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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