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현 윌로그 대표 "센서 데이터가 곧 보험 언어, 의약품 콜드체인 판 바꿀 것"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전 11:02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의약품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 물류 과정은 오랫동안 '깜깜이 지대'로 불렸다. 제약바이오 물류 현장에선 냉동·냉장 설비의 뚜렷한 고장이 없어도 운송 중 발생한 미세한 온도 이탈만으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신선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 전량이 폐기되는 사례가 반복돼왔다. 하지만 기존 적재물배상책임보험은 한계가 명확했다. 법정 한도인 10억 원에 보장액이 묶여 있었고, 원인 미상의 온도 이탈은 면책 조항으로 규정돼 화주들의 보장 공백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낡은 물류 보험의 판을 '불변의 센서 데이터'로 뒤집으려는 혁신 기업이 있다. 바로 AIoT(지능형 사물인터넷) 기반 공급망 인텔리전스 솔루션 전문기업 '윌로그(Willog)'다. 윌로그는 물류 현장에서 축적한 방대한 운송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근 자회사 '윌로그인슈어런스'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파라메트릭(지수형) 보험과 엄브렐라(초과 담보) 보험을 연이어 출시하며 물류 리스크 관리의 사각지대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윤지현 윌로그 대표는 팜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물류 과정의 불투명성 탓에 불필요한 비용과 지루한 보험 분쟁을 겪고 있다"며 "디바이스가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투명한 데이터가 곧 보험 심사와 지급의 기준 언어가 되어 콜드체인 보험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지현 윌로그 대표가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윌로그)
윤지현 윌로그 대표가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윌로그)




◇"10억 한도·원인미상 면책 공백 메운다"…150억 우산과 파라메트릭



제약·바이오 물류 현장 가장 큰 고민은 사고 발생 뒤에 남는 '보상 공백'이다. 의무보험 성격인 기존 적재물배상책임보험은 보장 한도가 10억원으로 고정돼 있어 고가 바이오의약품의 손실액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온도 이탈은 면책 조항으로 분류되며, 제품 폐기비나 재운송비 역시 대부분 보상에서 제외된다.

윌로그인슈어런스 '엄브렐라보험'은 이 빈틈을 정조준했다. 기존 적재물배상책임보험의 법정 한도(10억원)를 초과하는 손실을 최대 150억원까지 추가 담보한다. 마치 거대한 우산처럼 더 넓은 범위를 보호한다는 의미로, 기존에 면책 처리되던 원인 미상의 온도 이탈까지 보장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혔다.

이와 함께 선보인 '파라메트릭보험'은 사전 설정된 기준선을 이탈하면 즉각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윤 대표는 이를 1분이라도 늦으면 보상받는 '항공기 지연보험' 원리에 비유했다.

그는 "암 백신이 2~8도로 관리돼야 하는데 9도로 올라가 약효가 떨어지면 제 가치를 다 하지 못하게 된다"며 "기준선 이탈 여부는 윌로그의 조작 불가능한 센서 데이터가 투명하게 증빙한다"고 설명했다. 기준선 역시 윌로그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제제 GMP 기준과 고객사 자체 관리 기준을 반영해 보험사 및 재보험사와 협의해 설정한다.

윌로그 제품 모습(사진=김승권 기자)
윌로그 제품 모습(사진=김승권 기자)




◇"물류판 티맵 운전자보험", 컨텍스트 꿰뚫어 '15일 내 지급' 정조준



보험 핵심 경쟁력은 '지급 속도'에 있다. 과거에는 사고가 나면 화주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했고, 보험사는 현장 실사와 인터뷰 등 귀책 조사에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의 시간을 쏟았다. 윤 대표는 "이 과정에서 화주는 돈이 묶이고 보험사는 인력이 묶이는 고질적 페인포인트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윌로그는 이 통상적인 보상 절차를 데이터로 과감히 생략, 보험금 지급 목표를 '15일 이내'로 제시했다. 윤 대표는 이 메커니즘을 '티맵 운전자보험'에 빗대어 설명했다. 평소 안전 운전을 하면 보험료가 낮아지듯, 온도 관리가 철저하다는 윌로그 데이터가 누적되면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혜택을 제공하고 사고 시 신속하게 보상한다는 것이다.

이 혁신이 가능한 배경은 디바이스가 수집하는 단순 수치를 넘어선 '문맥(Context)' 분석 역량에 있다. 단순 온도계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당시 차량 문 개폐 여부, 운행 상황, 포장 상태 등을 결합한 소프트웨어 분석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한 '윌로그케어 플러스' 역시 사고 감지 데이터를 근거로 폐기 및 재운송 비용을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 신속 지원하며 사각지대를 자체적으로 메워가고 있다.



◇글로벌 강자 파슬(Parsyl)과의 틈 메울까…3년 내 MGA 도약이 승부처



윌로그가 단기간에 보수적인 재보험사를 설득해 150억원 규모 담보력을 확보한 원동력은 방대한 실측 운송 데이터다. 2021년 두 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서비스 고도화에 300억원을 쏟아부으며 현재 70여 명이 넘는 조직으로 컸다. 싱가포르, 일본, 미국 등 9개국에 진출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그러나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들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파라메트릭 및 엄브렐라 보험은 출시 초기라 대형 사고 지급 검증 사례가 부족하다. '15일 이내 지급' 역시 실전 무대에서의 완벽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특히 데이터 기반 해상 화물보험으로 '2일 내 지급'을 구현한 미국의 파슬(Parsyl)과의 모델 격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파슬이 로이즈 신디케이트를 통해 위험을 직접 인수하는 구조인 반면, 윌로그인슈어런스는 중개사 모델로 출발해 권한과 속도 면에서 아직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윤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으로 'MGA(총괄 보험 대리점) 전환'을 꺼내 들었다. 그는 "3년 안에 자체적인 언더라이팅(보험 심사) 역량을 갖춘 글로벌 MGA로 도약하는 것이 승부처"라며 "윌로그의 솔루션으로 1차 리스크를 예방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미세한 구멍은 보험으로 커버하는 '무결점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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