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까지 물리분리?”…국정원 N2SF 클라우드 보안 개편에 업계·전문가 ‘엇갈린 시선’ [테크 인사이...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전 11:0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공공 클라우드 보안 규제 완화를 앞두고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의 요구가 엇갈리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새로운 국가망보안체계(N2SF)에 맞춰 내년 본격 도입을 목표로 ‘국가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하면서, 클라우드 핵심 관리 영역인 ‘컨트롤플레인’의 물리적 분리 완화와 국제 공통평가기준(CC) 인증 활용 등이 검토되고 있어서다.

‘컨트롤플레인(Control Plane)’은 클라우드 인프라 전반을 조율하고 관리하는 영역이다. 서버 생성·배포, 사용자 권한 통제, 네트워크 설정, 시스템 모니터링 등을 총괄한다.

이용자의 실제 파일이나 업무 데이터가 오가고 저장되는 ‘데이터플레인(Data Plane)’과 구분되는 관리 영역으로, 그동안 공공 클라우드에서는 두 영역 모두에 대해 국내 데이터센터 내 물리적 분리를 엄격히 요구해 왔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내 CSP와 외국계 CSP의 입장은 규제 완화라는 큰 방향에서는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요구에서는 차이가 난다.

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는 기존 보안 투자와 인증의 연착륙을 요구하는 반면, AWS·MS·구글클라우드는 데이터플레인까지 포함한 물리적 분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대규모 GPU 등 핵심 컴퓨팅 자원까지 공공과 민간으로 물리적으로 분리할 경우 자원 활용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GPU 물리분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AI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향후 보안 규제에서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CSP “기존 투자·인증 인정해야”

국내 클라우드 기업(CSP)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가망보안체계(N2SF) 전환 과정에서 기존 투자와 인증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가다.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 CSP분과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내년 시행 예정인 국가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한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은 공공 클라우드 보안 요건을 맞추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물리적 분리 인프라에 상당한 투자를 해온 만큼 새로운 체계가 시행되더라도 기존 환경을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증하는 방식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국내 CSP들이 요구하는 것은 네 가지다. △기존 보안 인프라 투자와 인증의 연계·인정 △보안 요구사항의 적용 범위 명확화 △국내외 사업자 간 형평성 확보 △충분한 준비기간과 단계적 전환이다.

N2SF가 기존의 일률적인 물리적 망분리 중심에서 데이터의 중요도와 위험도에 따라 보안 수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만큼 규제 개선 자체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제도 전환 과정에서 국내 사업자들이 그동안 규제 준수를 위해 투입한 비용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계 CSP “데이터 물리분리도 완화해야”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CSP)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데이터플레인의 물리적 분리 규제다.

AWS, MS, 구글클라우드 등은 컨트롤플레인의 물리적 분리가 완화되는 것만으로는 공공시장 진입 장벽이 충분히 낮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공공 데이터가 저장·처리되는 데이터플레인에 대해서도 물리적 분리 요구가 유지되면 글로벌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국내 공공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계 CSP들의 요구를 종합하면 크게 네 가지다. △데이터플레인 물리적 분리 요건 완화 △데이터 중요도·위험도에 따른 논리적 분리 허용 △글로벌 보안 인증의 국내 활용 확대 △국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형평성 확보다.

글로벌 CSP들은 논리적 분리와 접근통제, 암호화 기술 등을 활용해 보안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규제에서도 민감도가 높은 데이터에는 강화된 물리적 보호를 적용하되,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영역에는 논리적 분리 등 기술적 보안수단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이 국제 공통평가기준(CC) 인증 활용을 검토하는 점은 외국계 CSP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예전에 국정원 보안검토를 추가로 받던 데에서 나아가 해외에서 취득한 국제 인증을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면 중복 인증에 따른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CSP가 ‘기존 투자에 대한 인정’을 요구한다면, 외국계 CSP는 ‘글로벌 클라우드 운영 방식에 맞는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양측 모두 규제 완화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사업자의 투자 보호와 글로벌 사업자의 시장 접근성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서는 구조다.

◇GPU·AI 인프라 보안 기준도 과제

AI 확산에 따라 GPU 클러스터와 AI 학습·추론 환경 등 차세대 인프라에 대한 세부 보안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기존 클라우드 보안 기준이 서버와 네트워크 등 전통적인 인프라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대규모 GPU 자원과 AI 데이터 처리 환경까지 보안 관리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GPU 자원까지 공공과 민간으로 물리적으로 나눌 경우 보안 수준은 높아질 수 있지만, 한정된 GPU를 탄력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회 민간 위원). 사진=이데일리 DB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회 민간 위원). 사진=이데일리 DB
◇김승주 교수 “기존 인증 승계는 어려워…기준 자체가 달라”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회 민간 위원)는 기존 CSAP 인증을 새 N2SF 체계로 그대로 승계해 달라는 국내 업계의 요구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CSAP는 ‘상·중·하’ 3등급 체계인 반면, N2SF는 데이터 중요도와 보안 수준에 따라 ‘기밀(C)·민감(S)·공개(O)’로 구분하는 체계여서 평가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기존 인증을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보안 원칙상 맞지 않는다”며 “다만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규제 준수를 위해 투자한 인프라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별도의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컨트롤플레인의 물리적 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컨트롤플레인의 물리적 분리를 푼다고 해서 보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접근통제와 암호화, 가상화 등 논리적(소프트웨어적) 보안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개편이 글로벌 수준에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는 “완화된 조치는 맞지만 아직 글로벌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GPU까지 물리분리하면 한쪽은 남고 한쪽은 부족”

김 교수는 특히 AI 시대에 GPU 자원까지 공공과 민간으로 물리적으로 나누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간과 공공이 사용하는 GPU 자원을 물리적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GPU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과 민간의 GPU를 완전히 물리적으로 격리하면 한쪽에는 유휴 자원이 남고 다른 쪽에서는 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군사·기밀 문서처럼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기밀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공공과 민간이 GPU 자원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망분리 제도를 정상화시켜 놓더니, 이제는 또 물리적 영역분리가…”라고 지적했다.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일정 기간의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영구적인 보호가 아니라 시한을 명확히 정하고 그 기간 안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김 교수는 “국내 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일정 기간 보호하는 것은 동의한다”며 “시한을 못 박고 그때까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내년 정식 도입을 목표로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에는 ‘기존 투자와 인증의 연착륙’,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에는 ‘데이터 물리분리 규제의 실질적 완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GPU와 데이터센터 자원을 어디까지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어디까지 논리적 보안으로 관리할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안을 이유로 자원을 쪼개는 것이 능사는 아닌 만큼, 국내 사업자의 기존 투자를 보호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요청하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시장 접근성과 한정된 GPU 자원의 활용 효율을 높이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N2SF 개편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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