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앱 설치도 필요 없다. 2G 폴더폰을 쓰는 어르신이 평소 말투 그대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묻는다. 그러자 AI가 국세청·국민연금 소득 정보와 등기소 건축물대장을 순식간에 조회하더니 “주거급여 수선유지 지원 대상”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방문 일정을 잡고, 사회보장급여 신청서·소득재산 신고서·금융정보 제공 동의서까지 자동으로 채워 행정복지센터에 접수까지 마친다. 사람이 한 일은 통화 버튼을 누른 것뿐이다.
전화로 "나라에서 집도 해주냐"고 묻자 카카오 AI 에이전트가 혜택을 검색하고, LH 방문 일정까지 잡아주는 모습을 시연했다(사진=윤정훈 기자)
◇카톡 채팅방에 ‘내 AI 친구’가 산다
카카오가 그린 ‘모두의 AI’는 카카오톡 친구탭, 채팅탭, 외부 URL, 전화걸기까지 네 가지 경로로 언제든 불러낼 수 있다. 카카오톡 채팅 목록 맨 위에는 친구들 대화창과 나란히 ‘모두의 AI’가 자리 잡아, 대화하듯 말을 걸면 된다.
시연에서는 “다음 달 추석에 부모님 댁 내려가는데 선물 뭐 살지 고민이야”라는 질문에 AI가 한우·건강식품·과일바구니 등을 추천하고, “두 분 다 건강 챙기시는 편”이라는 답변에 맞춰 홍삼 세트를 골라주는 장면이 나왔다. 이후 배송지와 수량까지 확정해 실제 주문 완료 화면을 띄우기까지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정보 검색에 그치지 않고 결제·주문까지 한 번에 끝내는 ‘실행형 AI’라는 게 카카오 측 설명이다.
(사진=윤정훈 기자)
(사진=윤정훈 기자)
가장 눈에 띈 대목은 공공 AI 에이전트다. “등본 발급해줘”라고 말하면 행정안전부와의 제3자 정보제공 동의 절차를 거쳐 신청서가 자동 작성된다. 재난안전문자나 유가 지원금 같은 공공 알림이 오면 AI가 신청 기한과 대상 여부, 사용처까지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카카오지갑에 쌓인 전자문서를 그대로 불러와 “이 문서 설명해줘”라고 물으면 관련 질문 목록까지 제시하는 식이다.
건강 특화 에이전트는 건강검진 결과지에 적힌 낯선 용어(“공복혈당장애” 등)를 설명해주고, 복용 중인 약과 함께 기록으로 남겨둔다. 이 기능은 루닛의 ‘LearningUnit 2.0’ 모델과 서울대병원 에이전트의 의료 지식베이스를 참고한다. 다만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진단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도 함께 붙는다.
이용자가 직접 나만의 에이전트를 만드는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 맛집과 힐링 코스에 특화된 비서”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캐릭터와 이름을 갖춘 ‘부산 여행 비서’가 생성되고, 이후엔 이 비서에게 “8월 15일부터 2박 3일 부산 여행 코스 짜줘”라고 말만 하면 동선이 표시된 지도와 일자별 일정표가 완성돼 캘린더에 등록된다. 맛집을 물었을 땐 화면에 ‘MCP 연결 중’이라는 문구가 뜨는데, 정형화된 데이터베이스뿐 아니라 외부 도구까지 실시간으로 불러 쓰는 구조라는 뜻이다.
카카오 '모두의 AI' 서비스 출시 향후 타임라인(사진=윤정훈 기자)
카카오가 이번 사업에서 가장 공들여 강조한 문구는 “2G, 폴더폰도 모두를 위한 AI”였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앱을 깔 줄 몰라도 전화 한 통이면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시연에서도 고령층 이용자가 전화로 복지 혜택을 확인하고 서류 접수까지 마치는 과정이 하이라이트로 등장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지원(모두의 AI)’ 사업의 밑그림이기도 하다. 이 사업엔 카카오·KT·SK텔레콤 3개 컨소시엄이 선정됐고, 카카오 컨소시엄에는 LG유플러스·LG AI연구원·LG전자·LG CNS·카카오엔터프라이즈·서울대학교병원·신한은행·루닛·퓨리오사AI 등 14개 기업·기관이 힘을 보탰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 ‘카나나’와 LG의 ‘엑사원’ 등 국산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사업자들과 협약을 맺고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이후에는 자산관리·학습 코칭·노후 설계까지 가능한 ‘전 국민 1인 N에이전트’ 체계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대한민국이 AI를 잘 만드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발돋움하는 데 ‘모두의 AI’가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카카오는 카카오 컨소시엄의 주관사로서 보여주기 위한 AI가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AI,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없으면 불편한 일상의 기본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