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장관들은 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혁신 장관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신흥기술을 위한 캐롤라이나 원칙(Carolina Principles for Emerging Technologies)’에 합의했다.
캐롤라이나 원칙은 AI를 비롯한 신흥기술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비구속적 정책 원칙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새로운 규제를 계속 추가하기보다 기존 법체계를 최대한 활용해 규제 중복을 줄이고 혁신을 촉진하자는 것이 골자다.
사진=산업통상부
규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비용도 고려하도록 했다. 새로운 기술의 출시나 투자가 규제로 지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해 규제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유럽연합(EU)의 AI 규제와는 상대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EU가 AI의 위험 수준에 따라 별도의 의무를 부과하는 AI법을 마련한 반면, 미국은 기존 산업별 규제체계 안에서 AI를 다루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G20 회의에서 규제와 함께 강조한 또 하나의 축은 AI 인프라다.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규제 논의 못지않게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기반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G20 행사에서 AI를 물·도로·전기·인터넷과 같은 핵심 인프라에 비유하며 각국의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를 촉구했다.
황 CEO는 AI의 ‘가설적 피해’보다는 실제 발생하는 피해에 초점을 맞춰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기술이 아직 발전 단계인 만큼 과도한 사전 규제가 AI 혁신과 산업 확산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자체가 국가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AI가 가져올 경제적 혜택을 놓치지 않으려면 각국이 기술 도입을 늦추기보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AI 업계도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앤스로픽 공동창업자인 톰 브라운은 AI 발전의 주요 병목으로 전력과 데이터센터, 관련 인력 부족을 지목하며 각국 정부가 AI 인프라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학습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에서도 미국은 산업 친화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AI 기업이 작가와 예술가 등의 창작물을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을 AI 학습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미 법무부도 AI 학습과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오픈AI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놨다. 뉴욕타임스 등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저작권 보호 자료를 활용한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이 공정 이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다만 이번 합의가 AI 규제를 전면 폐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경우 추가 규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철폐’보다는 기존 규제를 우선 적용하고 새로운 규제는 필요한 범위에서만 도입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중국이 이번 원칙에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중국은 알고리즘과 생성형 AI 등에 대한 별도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AI 연구개발과 산업 활용을 촉진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서는 주요국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G20 혁신 장관회의에서 AI와 지식재산권, 표준, 기술혁신 등을 논의했다.
이번 합의가 국내 AI 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AI 산업 육성을 위해 기존 산업별 규제를 활용하고 규제 샌드박스 등 유연한 제도를 확대하는 동시에, AI로 인해 새롭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만 별도 규제를 마련하는 방식이 국제적 정책 흐름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한 전력·인허가와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 등 국내에서도 논쟁이 큰 사안에서 미국이 주도한 ‘규제 최소화’ 기조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