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메모리까지 빨아들였다…스마트폰·PC 덮친 ‘램 대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6일, 오후 09:33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일반 D램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이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생산을 우선하면서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어서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이른바 ‘램 아마겟돈(RAMageddon)’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가 소비자용 반도체 공급을 압박하면서 글로벌 전자제품 시장에 ‘RAMageddon’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약 5배로 뛰었다. 메모리 부족과 원가 상승 영향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주요 전자제품 업체들도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일부 제품 가격은 20% 안팎 오르거나 최대 150달러가량 인상됐다.

배경에는 AI용 메모리 쏠림이 있다. AI 가속기에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D램과 HBM이 필요하다. 메모리 업체들이 제한된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 D램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우선 배정하면서 PC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지난 4일 AI 서버 수요로 HBM과 일반 D램 공급이 동시에 빠듯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버용 제품이 생산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 PC·스마트폰 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 탑재 용량을 낮추는 방안까지 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보다 13~1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제조업체에는 반대로 호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등 AI용 메모리 판매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실제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1~8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9.6% 증가했다.

메모리 부족이 단기간에 풀리기도 쉽지 않다. 트렌드포스는 D램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규 공장을 짓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수년이 필요한 데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다.

AI 붐이 데이터센터 안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소비자의 스마트폰과 PC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FT는 값싸고 성능 좋은 전자제품이 계속 등장해온 지난 수십년간의 흐름이 AI발 메모리 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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