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이데일리]같은 '강세찬표 코로나 치료제' IND 승인 속도 4배 차…김승원 입김의 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9월 07일, 오후 05:07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강세찬 경희대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또 다른 코로나19 치료제(에이피알지 APRG64)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까지 걸린 기간은 제넨셀 ‘ES16001’에 비해 4.2배 오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ES16001가 IND 신청 33일 만에 승인된 반면 에이피알지 ‘APRG64’는 140일이 걸린 것이다. 이는 그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측이 ES16001의 빠른 승인은 당시 코로나19 치료제에 적용된 신속심사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였다고 주장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례다.

강세찬 제넨셀 창업자 겸 사내이사(사진=제넨셀)
강세찬 제넨셀 창업자 겸 사내이사(사진=제넨셀)




◇강세찬표 코로나 치료제 공통분모…천연물·제넨셀·인도 임상

APRG64는 강세찬 경희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용아초(선학초)와 오배자 추출물 기반 천연물 신약후보물질로, 당초 C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되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혔다. 2020년 8월 에이피알지가 강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APRG64를 기술이전받았고, 강 교수는 당시 에이피알지 사내 등기이사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즉 APRG64는 강 교수가 개발을 주도하고 제넨셀이 임상 과정에 참여한 또 하나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에이피알지는 2020년 설립된 비상장 바이오기업으로, 천연물 기반 신약후보물질 ‘APRG64’ 개발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온 회사다. 2020년 7월 코스닥 상장사 골드퍼시픽(현 케이바이오랩스(038530))에 지분 30%를 5억원에 매각하는 투자를 유치했으며, 같은해 8월 강세찬 경희대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APRG64 신약개발 관련 권리와 국내외 독점 판권을 기술 도입했다. 이후 강 교수를 사내 등기이사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두고 제넨셀·한국파마(032300)·한국의약연구소·경희대와 컨소시엄을 꾸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두 후보물질은 단순히 코로나19 치료제라는 점 외에도 공통분모가 많다. 모두 강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천연물 기반 후보물질이며 개발 과정에 제넨셀이 관여했다. 인도에서 먼저 임상을 진행한 뒤 해당 자료를 토대로 국내에서 환자 대상 상위 단계 임상에 진입했다는 개발 과정도 비슷하다. 해당 후보물질에 투자한 상장사들의 결말도 좋지 않다.

우선 ES16001과 APRG64는 모두 강세찬 경희대 교수가 개발을 주도한 천연물 기반 코로나19 치료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ES16001은 담팔수 추출물 기반 후보물질이고 APRG64는 용아초(선학초)·오배자 추출물을 활용한 후보물질이다. 두 물질 모두 강 교수 연구진이 원천기술 개발을 주도했고 제넨셀이 임상 개발 과정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개발 네트워크에서 나온 코로나19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

두 후보물질 모두 인도에서 먼저 임상을 진행한 뒤 해당 자료를 토대로 국내 환자 대상 상위 단계 임상 IND를 승인받았다는 점도 닮았다. ES16001은 인도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2/3상 IND를 승인받았고, APRG64 역시 인도 건강인 시험 이후 국내 코로나19 2a상 IND를 받았다. 다만 ES16001은 이후 인도 임상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과 안전성 평가에 대해 식약처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됐고 APRG64의 인도 임상자료에선 구체적인 숫자가 공개되지 않았다.

두 후보물질 주변에는 상장사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산 가치는 크게 훼손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ES16001에는 세종메디칼(258830)과 한국파마가 제넨셀 지분·CB 등에 투자했으나 관련 투자자산 장부가치는 결국 0원까지 떨어졌다. APRG64 역시 골드퍼시픽이 5억원에 인수한 에이피알지 지분의 장부가액이 0원이 됐고 현재까지 상업화 성과도 없다.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이 관련 상장사 주가와 투자 유치에는 강한 재료로 작용했지만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ES16001 33일 vs. APRG64 140일…IND 승인 속도 4.2배 차



그럼에도 두 후보물질 IND 승인 속도에는 큰 차이가 났다.

ES16001은 2021년 9월23일 국내 코로나19 임상 2/3상 IND를 신청해 같은해 10월26일 승인됐다. 신청부터 승인까지 33일이 걸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9월30일 14개 항목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고, 심사가 진행 중이던 10월12일 김 후보자가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을 특정해 신속 처리를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김 전 처장에게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제넨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제넨셀은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김 후보자의 요청 14일 뒤 IND가 승인됐다.

반면 APRG64는 2022년 2월22일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 90명 대상 임상 2a상 IND를 신청했지만 승인은 같은해 7월12일 이뤄졌다. 신청부터 승인까지 140일이 소요됐다. ES16001과 비교하면 107일 길고 기간으로는 약 4.2배다.

APRG64 역시 제넨셀이 스폰서를 맡아 인도에서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당시 회사 측은 이를 ‘인도 임상 1상’으로 소개하며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고 홍보했다. 이후 이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국내 환자 대상 임상 2a상으로 넘어갔다.



◇"코로나 치료제라 빨랐다"는 김승원…정면 배치되는 APRG64 사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러한 차이는 김 후보자 측의 해명을 고려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바이오업계에선 두 신약후보물질 IND 승인 속도를 가른 데에는 김 후보자 측의 요청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추정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최근 ES16001 관련 의혹에 대해 당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됐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는 “지연된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식약처장에게 전화했다”며 “식약처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 없고, 그로 인해 식약처의 심사가 공정하게 안 이뤄진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 측의 논리는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 식약처가 보완자료 접수 후 15일 이내 처리를 목표로 신속심사를 진행했고 ES16001 역시 이러한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승인됐다는 취지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강 교수가 관여하고 인도 임상을 거쳐 국내 환자 대상 임상으로 넘어간 APRG64에는 IND 승인까지 140일이 걸렸다. 심사 과정에서 식약처의 보완 요구가 상당히 많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진원생명과학(011000) 코로나19 치료제 'GLS-1027'도 IND 승인까지 222일 걸린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치료제라고 모두 수십일 내 IND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바이오업계에선 ‘코로나19 치료제였기 때문에 빠르게 승인됐다’는 설명만으로 ES16001의 33일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입김이 그만큼 셌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 후보물질의 IND 승인 속도를 가른 것에는 김 후보자의 신속 처리 요청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PRG64 사례만 놓고 특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개발 경로에서 한쪽은 140일, 다른 한쪽은 33일이 걸렸다면 기간 차이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며 “김 후보자 측이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들도 당시 빠르게 심사됐다는 논리를 펴왔다면 APRG64가 왜 140일이 걸렸는지도 같은 기준에서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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