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25년간 소비자 데이터를 다루며 기업의 의사결정을 함께해왔다. 데이터가 풍요로워진 오늘날에도 실무자들의 고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리서치 결과가 나왔는데 어떻게 쓸지 모르겠다", "데이터를 일부만 참고하고 결국 감으로 결정한다"와 같이 데이터 활용의 한계에서 비롯된 고민들이다. 시장과 소비자를 알기 위한 리서치가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이었던 탓이다. 전담팀이 없으면 감에 의존하고, 전담팀이 있어도 리서처를 거쳐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AI 도입으로 소비자를 이해하는 일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진행한 자체 조사 결과, 리서치 업무에 참여하는 실무자의 57.5%가 이미 조사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특히 분석이나 인사이트 도출 단계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 중이며, 앞으로 활용하고 싶은 영역 역시 같다.
AI가 '전문성'과 '시간'의 문턱을 동시에 낮추면서, 리서치는 특정 조직의 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기업들이 말하는 AX(AI Transformation)의 한 장면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복잡한 절차나 전문가라는 중간 다리 없이 실무자가 비즈니스 문제에 직접 다가가는 데 있다. 가설 수립부터 데이터 수집과 분석, 액션 플랜까지 한 플랫폼에서 완결되고, 실제 데이터를 학습한 AI 합성 소비자로 가설을 신속히 검증한 뒤 본조사로 넘어가기도 한다. 오픈서베이가 데이터스페이스로 구현하고자 한 환경도 이러하다.
이제 데이터는 리서처의 보고서 파일에 갇혀 있지 않고 조직 전체로 흐른다. 기획자도, 마케터도 "다음 신제품에서 2030 여성이 가장 기대하는 기능은?", "이 광고 카피가 30대 직장인에게 통하지 않은 이유는?"처럼 각자의 맥락에서 AI에 질문하며 답을 찾는다.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소비자 데이터가 구성원 모두의 '기본 도구'로 전환된 것이다.
물론 도구가 좋은 질문까지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잘못 정의된 질문은 더 빠르게 잘못된 답에 도달하기도 한다. 또한 데이터의 품질과 해석의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그러나 실무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직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밀도가 달라진다.
AI 시대로 접어든 지금, 중요한 것은 소비자 탐색과 데이터 활용을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으로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다. 구성원 모두가 데이터로 소비자를 이해하고 의사결정하는 환경이 갖춰질 때 기업의 AX가 완성된다. "결국 감으로 결정한다"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데이터는 비로소 기업을 성장시키는 자산이 된다.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뉴스1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shushu@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