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NAVER(035420)) 제2사옥 1784 로비에 모인 네이버제트 노동자들이 보라색 피켓을 일제히 들어 올렸다. 바닥에 앉은 조합원들의 손에는 ‘네이버가 책임져라’, ‘응답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렸다. 두 차례 피케팅과 한 차례 집회에도 사측이 임금동결 입장을 바꾸지 않자 네이버제트 노동자들이 결국 첫 파업에 들어갔다.
9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임금 동결에 반발해 부분파업을 진행하는 네이버제트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
노조의 핵심 요구는 2026년 연봉인상률 5.3% 적용과 관련 정보 공개, 김창욱 네이버제트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끝장토론’이다. 5.3%는 올해 네이버와 네이버제트의 모회사 스노우가 임금교섭에서 합의한 수준이다.
◇두 번 피켓 들고 집회까지…결국 파업
네이버제트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사측이 임금동결안을 제시하자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두 차례 조정을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 7월 24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88.6%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98%가 찬성해 쟁의권을 확보했다.
조합원들은 곧바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지난 7월 14일과 8월 5일 두 차례 피케팅을 진행했고, 지난달 20일 네이버 1784에서 열린 ‘통합교섭 선포식’에 앞서 별도 집회를 열어 임금동결 철회와 교섭 재개를 요구했다.
당시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파업은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라며 회사에 추가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정 중지 이후 한 달 반 동안 사측에서 책임 있는 교섭 요청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 지회장은 “구성원들이 불안과 혼란 속에서 버티는 동안에도 회사는 책임 있는 설명이나 대화 요구에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며 “파업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우리를 마지막 수단 앞까지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임금 동결에 반발해 부분파업을 진행하는 네이버제트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
노조가 이번 갈등을 단순한 임금인상률 문제로 보지 않는 점도 주목된다. 네이버지회는 네이버제트가 네이버에서 스노우를 거쳐 분사되는 과정에서 사업과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경영진이 행사해 놓고, 사업이 어려워지자 그 책임을 구성원의 임금동결로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통합교섭 선포식에서도 네이버제트 조합원들은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오 지회장은 조합원 호소문을 대독하며 “투자와 사업의 결정은 경영진이 했다. 그런데 왜 그 판단의 비용은 구성원의 연봉으로만 막으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파업 현장에 등장한 ‘네이버가 책임져라’는 피켓도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네이버제트 법인과 직접 교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상위 지배기업인 네이버가 계열사의 경영과 근로조건에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앞두고 “무리한 분사와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 “5.3% 인상은 경영상 불가능”
네이버제트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5.3% 임금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회사의 경영 사정으로 인해 노조가 요구하는 5.3% 임금 인상안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인 교섭 의지가 있다면 회사는 언제나 노조와의 교섭에도 성실하게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급적 대화를 통해 입장 간극을 좁히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파업에 앞서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노조는 단순히 교섭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서 나아가 사측이 먼저 구체적인 인상안과 교섭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안 풀리면 23일 ‘하루 파업’…5일 연속 파업까지 검토
이번 4시간 부분파업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네이버지회는 이날 부분파업 이후에도 사측이 수용 가능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오는 23일 하루 동안 전면 파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공동성명 출범 이후 처음으로 5일 연속 파업까지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IT업계에서도 최근 파업이 임금·단체협약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노조가 2시간 파업 이후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했고, 네이버지회도 6개 법인 공동행동과 시간파업을 거쳐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8월에는 카카오뱅크 노조가 연차파업 이후 임금협약을 타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