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 넘어 '땅의 시간 다뤘다'···100여년만에 국가기본지질도 완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0일, AM 10:05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리나라가 국토의 겉모습을 넘어 수억 년 동안 그 아래에 쌓인 ‘땅의 시간’까지 읽어내는 국가 지도를 완성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0일 대전 본원에서 기념식을 열고, 1:5만 국가기본지질도 남한 지역 357도엽(지도의 기본단위 조각)의 완간을 공식 선포했다.

국가기본지질도 발간 종류.(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가기본지질도 발간 종류.(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가기본지질도는 우리 국토를 이루는 암석의 종류와 생성 시기, 지층의 분포와 선후관계, 단층·습곡 등 지질구조를 조사해 지도 위에 기록한 대한민국의 국가 표준 지질정보다. 일반 지도가 지상의 위치와 지형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지질도는 국토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까지 담아내 국토를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국가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서도 국토 면적 크기, 방법론 등에 따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1대 5만 지도 완간은 이례적인 일이다. 권이균 지질자원연 원장은 “영국이 99%, 일본이 60~70%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 국토를 다뤄 완간한 국가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완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질도는 지난 1924년 1:5만 지질도 첫 발간 이후 100여년만에 이뤄졌다. 357도엽에 이르는 남한 지역의 지도를 완간한 것이다. 각 도엽은 박사급 이상으로 10년 이상 실무경험을 갖춘 전문가 2~3명이 투입돼 현장 조사부터 실험 분석, 해석까지 전 과정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산과 들, 하천과 해안을 직접 걸으며 암석·지층·지질구조를 관찰하고 시료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광물 조성과 미세조직, 지화학적 특성을 분석한다. 여기에 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암석의 절대연령을 확인하고, 모든 조사·분석 결과를 종합·해석해야 하나의 도엽이 완성되며, 이 과정에만 평균 2년 이상이 소요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이 현장 지질조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이 현장 지질조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도는 광물자원 탐사와 사회기반시설 건설, 지하수·지하공간 활용, 지질재해 대응,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핵심 공공 인프라로도 주목된다. 기후위기와 자원 공급망 변화, 지하공간 이용 확대에 따라 중요성과 활용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가령 최근 네팔 대홍수와 같은 복합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극한강우 등에 따라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자료를 근간으로 위험 지역 선별, 감시 등을 통해 대비할 수 있다.

권 원장은 “네팔 대홍수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극한 기후로 우리나라도 홍수·산사태·지진 등의 유형이 과거와 다를 수 있고, 미래 재난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앞으로의 기후 변화 과정을 과학적으로 인지하고 해결하려면 지질도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해나가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가 지질정보의 디지털 전환과 고도화는 더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지질자원연은 100여 년간 축적된 지질자료를 표준화·디지털화하고 디지털 지질도와 지리정보체계(GIS)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개별 도엽 단위로 구축한 지질정보의 정합성을 높이고, 상호 연계해 도엽과 지역의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지는 ‘경계정합형 지질도’ 체계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특히 기존 지질정보에 대한 고해상도 재조사와 지속적인 갱신을 추진하고 최신 조사·분석기술과 AI 등을 활용해 새로 확인되는 지질정보를 반영하고, 지표 중심의 2차원 지질정보를 넘어 지하 구조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국가 3차원 지질정보체계로 전환해 국토 지하의 자원과 위험, 활용 가능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 원장은 “이번 지질도 완간은 100여 년간 국토를 직접 걷고 기록해 온 지질학자들의 헌신과 과학기술이 집약된 역사적 성과”라며 “지질데이터를 인공지능·디지털 트윈과 융합해 국가 자원안보와 국민 안전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본지질도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자원안보와 탄소중립, 안전한 지하공간 활용을 이끄는 신뢰할 수 있는 보물지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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