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과학 AI 창업자, 그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김현아의 세상읽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3일, PM 03:1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AI가 사람처럼 글을 쓰는 시대를 넘어, 과학자가 풀지 못한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시대가 올까.

암의 복잡한 기전을 밝혀내거나 아직 규명하지 못한 새로운 물리 법칙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 데 능할 뿐, 정답이 없는 과학에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24세 과학 AI 창업자, 그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김현아의 세상읽기]
최근 서울대입구 근처 사무실에서 만난 아스테로모프 이민형 대표(24)는 바로 이 지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2001년생인 그는 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와 독학학위제를 거쳐 16세에 서울대 의대 연구원으로 일했다. 서울대 의과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던 중 연구실을 나와 지난해 창업했다.

그가 만드는 것은 또 하나의 챗봇이나 기반 모델이 아니다. 기존 파운데이션 모델 위에 연구자처럼 가설을 세우고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과학 추론 레이어’를 얹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생물학과 같은 복잡계 과학은 사진 몇 장을 찍어 외계인에게 지구를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틀릴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이럴 수도 있겠다’는 가설을 던질 수 있어야 진짜 과학 AI”라고 말했다.

딥마인드 출신 연구원, 데프콘(DEFCON) 입상 화이트해커 등 젊은 동지들과 자체 AI를 개발해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에 출전했고, 이론 시험에서 28.6점을 기록했다. 화웨이와 같은 점수였다.

인간이 정해놓은 풀이법을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AI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맨 오른쪽)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와 동료들. 사진=아스테로모프
(맨 오른쪽)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와 동료들. 사진=아스테로모프
이민형 대표가 5억 년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도 흥미롭다.

회사 이름 ‘아스테로모프’는 인류의 5억 년에 걸친 진화를 다룬 SF 소설 《올 투모로즈》에서 따왔다. 그에게 초지능은 단순히 성능 좋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지능의 한계를 넘어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에 도전하는 긴 시선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에서 AI 연구를 이끈 제프 딘 역시 동료들과 과학 AI 스타트업을 세워 AI를 활용한 과학 발견 자동화에 나섰다. AI를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도구에서, 아직 풀지 못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연구 동료’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물론 현실은 낭만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과학 AI는 글로벌 빅테크와 막대한 자본이 각축을 벌이는 분야다. 좋은 가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실험과 검증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시도를 섣부른 무모함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AI 경쟁의 승부처는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드느냐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AI를 데려가는 것. 어쩌면 그곳에서 다음 세대의 AI 경쟁이 시작될지 모른다.

당장의 매출이나 트래픽만으로 이런 도전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감당하며 미지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자본과 생태계가 필요하다.

5억 년 뒤를 바라보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기 시작한 24세 청년.

무모해 보인다.

그래서 더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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