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전력 확보 나선 한국…핵융합 2030년대 전력 생산 도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5일, AM 05:0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력이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지구에서 구현하는 핵융합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 2030년대 핵융합 전력 생산 실증을 목표로 미국·영국 등 기술 선도국과 협력을 강화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 사진=과기정통부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 사진=과기정통부
◇AI 시대, 왜 핵융합인가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을 서로 합쳐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태양도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과 열을 만들어낸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분열과는 방식이 다르다. 핵분열은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 에너지를 얻지만, 핵융합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을 합쳐 에너지를 만든다.

핵융합은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연료 자원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날씨나 시간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것도 이런 안정적인 전력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탄소 배출이 적지만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반면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물론 핵융합은 아직 상용 발전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플라즈마를 1억℃ 이상의 초고온으로 만들고 안정적으로 가둬야 한다.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실제 전기를 생산하고 경제성까지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 2030년대 전력 생산 실증 도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혁채 제1차관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핵융합 정책 정상회의(Global Fusion Policy Summit)에 참석해 미국·영국 등 핵융합 선도국과 국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한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핀란드 등 9개국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투자기관 등이 참석했다.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정책과 규제, 국가 간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였다.

한국은 핵융합을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보고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AI를 활용해 과학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K-문샷 프로그램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7대 SEED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로 핵융합 기술을 선정했다.

목표는 2030년대 전력 생산 실증이다. 연구실에서 핵융합 반응을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기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기술에서 규제·산업 협력으로

한국의 핵융합 국제협력은 그동안 기술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7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이행 협정 발효 이후 초전도도체와 진공용기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앞으로는 협력 분야를 넓힌다.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규제와 표준을 마련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까지 미국·영국 등과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구 차관은 이날 영국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의 마이클 생크스 에너지 국무상과 만나 영국의 차세대 핵융합 실증로 STEP에 들어갈 고온초전도 자석 공동개발 등 한·영 연구개발 협력 성과를 논의했다.

STEP은 영국 원자력청이 주도하는 차세대 핵융합 실증로다. 2040년 완공과 전력 생산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핵융합 분야에서 국제협력이 시급한 분야도 논의됐다. 각국은 기술개발뿐 아니라 규제와 표준 마련 등을 위한 다자 협력체계 구축 필요성도 검토했다.

구 차관은 “핵융합 발전의 조속한 상용화가 시급한 가운데 핵심 기술 개발과 확보뿐 아니라 핵융합 맞춤형 규제 체계 구축, 산업 생태계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국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경쟁, 전력 확보가 관건

핵융합이 당장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기술적·경제적 장벽도 적지 않다.

그러나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탄소 배출이 적은 대규모 전원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AI 인프라 경쟁력과 직결된다.

반도체와 AI 모델,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가동할 전력이 부족하면 AI 인프라를 확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AI 경쟁력을 뒷받침할 장기적인 에너지원 확보도 국가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핵융합 도전은 단순한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을 넘어 AI 시대에 필요한 전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 인프라 전략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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