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오파칼림 로열티 구조 뜯어보니...이중 로열티·최대 28% 부담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6일, AM 08:41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헤이븐(Biohaven)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BHV-7000)을 도입한 SK바이오팜(326030)이 원개발사인 놉 바이오사이언스(Knopp Biosciences)에도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한 데 따라 이중 로열티 구조에 관심이 모인다. SK바이오팜은 바이오헤이븐에는 매출액의 약 15~22%, 놉 바이오사이언스에는 4~6%의 로열티를 지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1000억원의 순매출이 발생할 경우 로열티로만 200억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7억9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베팅했다. 이르면 2029년 제품을 출시해 엑스코프리에 이은 두 번째 캐시카우로 키운다는 것인데, 향후 오파칼림의 상업화가 이뤄지더라도 이중 로열티 구조에 따른 수익성 확보도 관건으로 분석된다.



◇엑스코프리 의존 탈피 나선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오파칼림의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기로 한 계약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투자다. 이번 계약의 총 규모는 최대 7억9500만달러에 이르는데,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도입한 사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선급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만 총 계약의 절반을 차지하는 4억달러(약 5500억원)에 달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벌인 이유는 바로 엑스코프리에 집중된 회사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올해 2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전체 매출액 2474억원 중 엑스코프리(2244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할 정도다. 사실상 회사 전체의 명운이 엑스코프리 제품 하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택한 후보물질이 자체 신약 엑스코프리와 같은 계열의 뇌전증 신약이라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후 유통·판매까지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유일의 제약·바이오 업체다. 만약 오파칼림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판매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특히 뇌전증 시장에서 주력 제품 2종을 확보해 차세대 뇌전증 신약 시장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제논 파마슈티컬스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오파칼림은 Kv7.2·Kv7.3 칼륨 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1일 1회 경구용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 허가를 위한 2개(RISE2·3)의 후기 임상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 RISE3 임상의 첫 탑라인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2028년 두 번째 임상 결과를 발표 이후 이르면 2029년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발작을 유발하는 지속성 나트륨 전류(Persistent Sodium Current)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과도한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엑스코프리와 작용 기전이 다른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보기 드문 이중 로열티…최대 28% 지불

SK바이오팜이 오파칼림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제약사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로열티 계약에 따른 지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오파칼림 도입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에 따라 일부 마일스톤 및 로열티는 원개발사인 놉 바이오사이언스에 지급된다”고만 간략히 언급했는데, 같은 날 바이오헤이븐이 공개한 보도자료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는 좀 더 구체적인 로열티 내역이 나와 있다.

우선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오파칼림 매출에 대해 바이오헤이븐에 ‘mid-teens to low twenties’ 수준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통상적인 표현을 감안하면 약 15~22% 수준으로 파악된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적용되는 로열티율은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바이오헤이븐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mid-single digit’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를 일반적인 범위로 환산하면 약 4~6% 수준이다.

놉 바이오사이언스에도 별도의 로열티를 지급한다. 놉에 대한 로열티 역시 ‘mid-single digit’(약 4~6%) 수준이 적용됐다. 현재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매출이 대부분 미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오파칼림의 판매도 미국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본다면 최저 19%에서 최대 28%의 로열티가 발생하게 된다.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연간 매출이 지난해 438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연간 지불하는 로열티 금액은 최소 833억원에서 최대 1228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SK바이오팜이 놉 바이오사이언스에 지불하는 마일스톤 규모도 바이오헤이븐의 보도자료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여기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미국과 유럽에서 오파칼림 신약을 승인받을 경우 놉 바이오사이언스에 최대 1억8500만달러(약 2500억원)의 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일반적으로 보기 쉬운 구조의 계약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이전 전문 변호사는 “원개발사에게 까지 로열티를 지불하는 이중 로열티 계약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통상적인 계약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로열티 비율도 이정도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팜이 그만큼 오파칼림의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꿔 말하면 SK바이오팜이 오파칼림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라며 “선급금으로만 4억달러를 베팅한 것도 확신 없이는 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약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로열티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로열티 비율이 높거나 낮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IRA 약가 인하 대응 조항도 포함

이번 계약에는 SK바이오팜에게 유리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일부 고가 의약품의 가격을 제약사와 직접 협상할 수 있게 됐는데, 만약 오파칼림이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돼 미국 내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바이오헤이븐에 지불하는 로열티도 감액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 메디케어는 당뇨병·심혈관질환·자가면역질환·암 등 만성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10개 의약품을 선정하고 올해 1월부터 인하된 가격으로 이 의약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과 후년에는 각각 15개 대상 의약품을 추가하는 식으로 단계적 확장이 예고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결국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은 장기적으로 대상 의약품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면서도 “오파칼림이 당장 이 대상에 포함될 것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안전장치를 하나 해놓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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