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챗 GPT)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올해 들어 SK라이프사이언스와 총 7건, 약 4529억원 규모의 세노바메이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약 3753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20.7% 많은 수치다. 아직 4분기가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공급계약 규모는 여기서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계약 건수보다 건당 공시 규모가 커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7건의 공급계약을 맺었지만, 건당 평균 계약금액은 약 536억원에서 64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횟수의 주문에서 금액만 커진 셈잉다.
올해 초 공급계약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1월부터 7월28일까지 누적 공급계약은 5건, 약 2818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1378억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7월 약 811억원, 8월 약 994억원, 이달 약 716억원의 계약이 잇따르면서 7~9월 석 달 계약 규모만 약 2521억원에 달했다. 이를 반영한 올해 누적 계약금액은 4500억원대를 넘어섰다.
다만 해당 계약은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현지 자회사에 공급하는 내부거래다. SK바이오팜은 공시에서 “미국 시장 판매를 위해 미국 현지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이라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로는 잡히지 않는 내부거래”라고 설명했다.
내부 공급액과 미국 현지 매출도 같은 수치로 볼 수는 없다. SK바이오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엑스코프리 완제품은 미국 현지 제3자 물류업체(3PL)에 전량 입고된 뒤 도매상을 거쳐 약국과 병원으로 유통된다. 도매상이 발주하면 3PL이 제품을 출고·배송하고, 이 과정에서 현지 판매가 이뤄진다. 미국 전역 유통에는 약 20개의 주요 도매상이 참여하며, 3개 대형 도매상과 6개 광역 도매상이 핵심 축을 이룬다.
의약품 유통 특성상 도매상 주문과 최종 환자 처방 사이에도 시차가 발생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설명하면서 연말 계절성과 운송 중 재고 등의 영향으로 매출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처방 지표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공급계약 증가의 배경을 뒷받침한다. 엑스코프리의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19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4% 증가했다. 3월 월간 총처방건수(TRx)는 약 4만7000건을 기록했고, 신규 환자 처방(NBRx)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3월 신규 처방은 처음으로 2000건을 넘었다.
2분기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22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6%, 전 분기보다 13.5% 늘었다. SK바이오팜의 2분기 연결 매출 2474억원 중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 비중은 90%를 넘어선다. 6월 월간 TRx는 4만9155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분기 합산 미국 매출만 4221억원으로, 회사의 연결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사실상 엑스코프리 미국 사업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 측도 자회사 공급계약 증가가 세노바메이트 미국 판매 확대에 따른 주문 물량 증가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공급 시점과 현지 판매 시점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매출과 처방량이 계속 성장하면서 주문량도 늘어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재고 축적에 따른 계약 확대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재고를 조절하기는 하지만 도매상이 물량을 과도하게 쌓아두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미국 매출과 처방이 늘어나는 흐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처방 확대를 뒷받침하는 기반에는 SK바이오팜의 미국 직접판매 체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진료하는 신경과 전문의가 약 1만명 안팎으로 비교적 집중돼 있어, 대규모 일반의 대상 영업망 없이도 80~120명 수준의 전문 영업인력으로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회사는 판단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미국 중추신경계(CNS) 시장 경험을 가진 인력을 중심으로 영업·마케팅 조직을 직접 운영하며 처방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현지법인의 외형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의 지난해 매출은 9078억원으로 2024년 6678억원보다 36% 증가했다. 본사가 제품을 공급하고 현지법인이 판매·마케팅·유통을 책임지는 직접판매 체계가 엑스코프리 성장에 따라 함께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우선 3분기에도 TRx와 신규 처방이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갈지 이목이 쏠린다. 둘째는 공급계약 증가가 현지법인과 3PL, 도매상 단계의 재고 확대가 아니라 실제 판매 증가로 계속 이어지는지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엑스코프리의 적응증·제형 확대가 신규 환자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다. SK바이오팜은 올해 3월 엑스코프리 현탁액 제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을 완료했고, 전신 강직-간대발작 및 소아 환자군으로의 적응증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