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인 정 CEO는 지난해 10월 30일 신임 CEO로 선임된 뒤 AI를 주요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법률신문 주최 ‘Law Expo Seoul 2025’에 이어 올해 서울대 특강에서도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생산성 변화를 소개했다. 이날 특강에는 SKT-서울대 AI 공동과정에 참여한 약 300명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참석했다.
지난 9월 1일 정재헌 CEO가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AX의 J-커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AI를 도입한다고 생산성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데이터 정비와 업무 재설계로 시간과 비용이 오히려 늘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AI 활용으로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산출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나타났다.
정 CEO는 AI 도입 초기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경제학의 ‘J커브’에 빗대 설명했다.
◇처음엔 떨어지고, 어느 순간 올라간다…‘J커브’
J커브는 변화 직후 성과가 떨어졌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개선되는 현상이다. 정 CEO는 이를 AI 전환, 즉 AX에 대입했다. AI를 기존 업무에 얹는 데 그치지 않고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AI가 기존 업무를 대신해주기만을 기대하면 오히려 일이 늘어날 수 있다. 업무 절차와 역할 자체를 AI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AX의 J-커브. 출처=SK텔레콤
이상훈 플래티어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AI 전환 과정에서는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걸림돌이다.
이상훈 플래티어 대표는 최근 인공지능산업협회 조찬 포럼에서 결정론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기존 디지털 전환(DX)의 잣대를 확률적으로 결과를 생성하는 AI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AI가 10번 중 9번을 정확하게 처리해도 한 번의 오류가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100% 무인화를 목표로 하기보다 오류 허용 수준을 정하고, 치명적 오류에는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통제 체계를 처음부터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보다 결과를 어떻게 검증하고 통제할 것인지가 기업 AX의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지난 9월 1일 정재헌 CEO가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AX의 J-커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500시간까지 늘었던 업무는 수백 번의 검증과 개선을 거쳐 1시간으로 줄었다. 기존 50시간과 비교하면 업무시간이 50분의 1로 단축된 것이다.
정 CEO는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를 AX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이 일은 꼭 사람이 해야 하는가”라는 전제부터 다시 보고, 기존 업무를 AI를 전제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조직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업무 주체로 보고 사번·소속·직무·권한 등을 부여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업무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설계하는 ‘AX 샌드박스’도 운영한다.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도 6880억개 매개변수 규모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A.X K2’를 공개하고, 2035년까지 최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AI 모델과 인프라에 투자한다고 AX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기존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재헌 CEO는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의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내면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고 말했다.
AI 도입의 성패는 AI를 얼마나 빨리 붙이느냐가 아니다. 초기의 비효율을 견디며 업무를 AI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AI의 오류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