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한국 게임' 색채 사라졌다…TGS서 본 K게임의 변화

IT/과학

뉴스1,

2026년 September 21일, PM 04:56

'도쿄게임쇼 2026' 개막일 2026.09.17.ⓒNews1 김정현 기자

올해 도쿄게임쇼(TGS)에서 만난 한국 게임들은 좀처럼 '한국 게임'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서브컬처 게임부터 퍼즐·캐주얼, 일본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작품까지. 국적을 가리고 본다면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게임인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작품이 부쩍 늘었다.

국내 게임사들의 참가가 본격화된 지난해 TGS에서도 물론 서브컬처 장르 게임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갔다. 단순히 '서브컬처의 외양만 덧씌운 한국 게임'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현지 이용자의 취향과 문법을 게임 안에 녹였다는 점이 느껴졌다.

이같은 지점에서 가장 눈에 띈 게임은 1989년의 도쿄가 배경이라 밝힌 엔씨의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였다. 한국 개발사가 만드는 게임이지만 1990~200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감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었다.

서브컬처 장르뿐만이 아니다. NHN은 일본 자회사와 자사가 강점을 가진 퍼즐·캐주얼 장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넷마블은 일본 인기 IP '샹그릴라 프론티어'를 최초로 게임화해 이목을 끌었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일본 IP와 서브컬처 장르 게임을 선보이며 '현지 팬덤'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국내에서 흥행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해외로 가져가 콘텐츠와 과금모델(BM)을 현지에 맞게 손보는 방식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제는 처음부터 목표 시장을 염두에 두고 게임의 장르와 아트, 세계관까지 현지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전략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물론한국 게임사들도 오래전부터 해외시장 선행 기획을 해왔고, 반대로 지금도 기존 게임의 현지화 방식은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 TGS에서 이런 게임들이 전면에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변화의 배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임 시장 환경이다. 이용자의 취향은 세분화됐고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은 빠르게 올라왔다. 여기에 모바일과 PC, 콘솔의 경계까지 흐려지면서 국내에서 검증받은 성공 방정식을 해외에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TGS는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게임사들의 치열한 고민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공식을 넘어, 목표하는 타깃 이용자가 원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파고들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현지 게이머들도 이같은 게임사들의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느껴졌다. 일반 관람객 공개일인 퍼블릭 데이에 주요 한국 게임사들의 부스에는 최대 대기시간까지 현지 게이머들이 줄을 늘어서며 관심을 보였다. '한국 게임처럼 보이지 않는 한국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현 기자 /뉴스1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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