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로봇 못 파나”…韓 업계, FCC 규제 대응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1일, PM 05:37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미국이 외국산 휴머노이드와 자율이동로봇(AMR) 등에 새로운 인증 장벽을 세우자 국내 로봇업계가 대응에 나섰다. 국내에서 만든 로봇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AI 워커’와 로봇 손 ‘HX5-D20’ (사진=신영빈 기자)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AI 워커’와 로봇 손 ‘HX5-D20’ (사진=신영빈 기자)
21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한국AI·로봇산업협회는 최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통상·법률 전문가와 함께 ‘FCC 대응지원단’을 구성했다. 지난 7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외국에서 생산한 첨단 로봇을 규제 대상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FCC는 지난 7월 28일 외국에서 생산한 첨단 로봇기기를 커버드 리스트에 올렸다. 여기에 포함된 제품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무선기기 등에 필요한 신규 FCC 장비인증을 받을 수 없다. 신규 인증이 필요한 로봇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규제는 기업의 국적보다 제품 생산지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FCC는 미국 연방조달규정(FAR)의 ‘미국산 최종제품’ 기준을 활용해 외국 생산 여부를 판단한다. 일반 제조품은 미국에서 생산돼야 한다. 2024~2028년 기준 미국산 부품 비용이 전체 부품 비용의 65%를 넘어야 미국산 최종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대응지원단은 국내 기업의 로봇이 FCC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규제 대상이라면 미 국방 당국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는 절차도 돕는다. 신청서 작성부터 미국 측 실사 등에 대비한 법률 자문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스스로 규제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도 배포한다. 미국산 부품 비중 계산 방법도 안내한다. 조건부 승인 신청 방법을 담은 별도 가이드북도 마련한다. 상담창구도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관련 예산 지원을 맡는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는 기업 실태조사와 간담회·설명회 등을 총괄한다.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사례도 모은다. 이를 정부에 전달해 필요할 경우 정부 간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 창구 역할을 맡는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관련 규정에는 국가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품에 조건부 승인을 내주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승인을 받으면 해당 제품은 커버드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실제 승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FCC는 지난 9일 미 국방 당국이 스웨덴 허스크바나의 로봇 플랫폼 4종에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인도 로봇업체 앤서(ANSCER) 로보틱스의 로봇 플랫폼 3종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건부 승인에는 이행 조건이 붙을 수 있다. 앤서 로보틱스는 신청 과정에서 제시한 미국 내 생산계획을 계속 이행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다. 해당 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신청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도 다시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국내 로봇업계로서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생산지와 부품 공급망을 살펴야 한다. FCC 인증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FCC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른 규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종선 딜로이트 국제통상그룹 파트너는 “FCC 인증을 위해 생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미국산 부품 비율을 높이게 되면 수출통제(EAR)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