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 폐지 추진에도…출연연 연구자 절반 “행정 부담에 도전적 연구 피했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7일, AM 07:5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출연연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와 Post-PBS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여전히 행정 부담 때문에 고위험 연구를 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조사는 PBS 폐지와 연구행정 개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새로운 제도의 효과가 아직 현장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비 확보 구조를 바꾸는 데 이어 연구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행정부담까지 줄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출처=이주희 의원실
출처=이주희 의원실
27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출연연 연구몰입 저해요인 분석을 통한 연구행정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3개 출연연 연구자 671명 가운데 49.2%가 행정절차 부담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연구주제를 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5.0%는 정산·감사에 대한 우려로 연구 범위나 목표를 축소했다고 답했다.

◇PBS 폐지로 연구 안정성 높이는데…현장 부담 여전

정부는 연구자들이 인건비와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단기 과제 수주에 매달리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기관 지원을 확대해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출연연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중장기·전략 연구에 집중하도록 Post-PBS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과제 수주 규모보다 연구 성과와 국가적 임무 수행을 중시하는 평가·보상체계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 느끼는 행정부담은 여전히 컸다. 행정 부담 때문에 연구 일정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47.4%였고, 협력 연구를 축소하거나 포기했다는 응답도 40.7%에 달했다. 성과 창출이 지연되거나 연구 결과물을 축소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8.4%였다.

특히 행정 부담은 연구 일정뿐 아니라 연구 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연구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선택하거나, 정산과 감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연구 목표 자체를 낮추는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PBS 개편이 아직 전환 단계라는 점에서 새로운 제도의 효과가 연구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PBS 폐지만으로 연구 몰입 환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연구비 지원 방식과 함께 구매·정산·감사 등 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부담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 “절차부터 줄여달라”

연구자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행정절차는 구매·조달(29.4%)이었다. 이어 정산·증빙(20.1%), 협약·변경 승인(16.1%), 성과 입력·평가(13.0%), 감사 대응(10.1%) 순이었다. 구매·조달과 정산·증빙, 협약·변경 승인 등 상위 3개 절차가 전체 응답의 65.6%를 차지했다.

개선책으로는 절차 단축(53.9%)과 규정 간소화(48.1%)가 가장 많이 꼽혔다. 권한 확대는 28.2%, 인력 확충은 27.0%, 감사·정산 합리화는 25.5%였다.

연구자들이 원하는 것은 행정 인력을 단순히 늘리는 것보다 연구자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절차와 규정을 줄이는 데 가까운 셈이다.

정부가 PBS 폐지를 통해 연구의 안정성을 높이더라도 연구자가 장비를 구매하고 연구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행정 부담을 계속 느낀다면 도전적인 연구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Post-PBS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연구비 지원 구조뿐 아니라 연구행정의 자율성과 효율성까지 함께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주희 의원은 “연구자가 행정 때문에 어려운 연구를 피한다면 출연연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는 것”이라며 “연구 현장은 절차를 줄여달라고 하는데 대책이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데 머문다면 연구자 부담은 그대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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