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허가는 시작일 뿐…HLB ‘리픽투’ 좁은 담관암 시장 넘을 묘수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8일, PM 01:46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HLB(028300)가 담관암 신약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에 성공했지만 실제 상업화 성과는 이제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픽투가 진입하는 미국 담관암 2차 치료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이미 2개의 FGFR 억제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서다.

리픽투가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려면 선발주자로부터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잠식할 수 있을지뿐 아니라 유럽과 비(非)담관암으로 시장을 얼마나 빠르게 넓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HLB 사옥 전경 (사진=HLB)
HLB 사옥 전경 (사진=HLB)




◇美 담관암 연 8000명…FGFR2 양성 2차 시장은 더 좁아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의 리픽투를 이전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중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이 있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FD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의 리픽투를 이전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중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이 있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자료=FDA)
FD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의 리픽투를 이전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중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이 있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자료=FDA)


FDA 허가를 통해 리픽투가 당장 확보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담관암은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에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미국암학회(ACS)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새로 진단되는 담관암 환자는 약 8000명이다. 이마저도 간내담관암과 간외담관암을 모두 합친 수치다.

리픽투의 표적인 FGFR2 융합은 주로 간내담관암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FGFR2 유전자 융합이 간내담관암의 약 15%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리픽투는 이전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전체 담관암 신규 환자 8000명 중 실제 허가 대상에 해당하는 환자는 일부에 그친다. 분자진단을 통해 FGFR2 이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실제 처방 시장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경쟁약 2개와 맞붙어야…점유율 뺏어올 무기는

더구나 리픽투가 진입할 시장은 무주공산이 아니다. 인사이트(Incyte)의 ‘페마자이레’(페미가티닙)가 2020년 FDA 허가를 받았고 다이호온콜로지(Taiho Oncology)의 ‘리트고비’(푸티바티닙)도 2022년 허가를 획득했다. 페마자이레는 이전 치료를 받은 FGFR2 융합·재배열 담관암, 리트고비는 같은 유전자 이상을 가진 간내담관암을 대상으로 한다.

선발주자인 페마자이레의 지난해 순제품매출은 8673만달러(약 1180억원)로 전년 8175만달러(1110억원)보다 6% 증가했다. 이 수치는 미국 담관암에서만 발생한 매출이 아니라 페마자이레의 전체 순제품매출이다. 그럼에도 이미 수년간 처방 경험을 쌓은 선발약의 존재는 후발주자인 리픽투에 만만치 않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업화 역량도 변수다. 엘레바는 리픽투의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약 인허가 경험과 현지 영업·마케팅 역량은 또 다른 영역인 만큼 엘레바의 처방 네트워크 구축 속도와 보험급여 등재, 유통망 구축 등 상업화 역량이 초기 시장 침투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픽투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효능과 FGFR2 선택성이다. FDA가 허가 근거로 평가한 환자 116명에서 리픽투의 객관적반응률(ORR)은 4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1.8개월이었다. 리트고비의 허가 당시 ORR은 42%, mDoR은 9.7개월이었다. 페마자이레도 허가 당시 ORR이 30%대였다.

리픽투는 다른 FGFR 계열에 대한 억제를 최소화하고 FGFR2를 선택적으로 겨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엘레바에 따르면 리픽투 임상에서 고인산혈증과 설사 발생률은 각각 20.7%, 21.6%였다. 회사는 높은 FGFR2 선택성이 비선택적 FGFR 억제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동건 엘레바 대표는 “리라푸그라티닙은 기존 치료 옵션과 차별화되는 주목할 만한 임상 프로파일을 구축했다”고 언급했다.

또 눈여겨볼 대목은 리픽투가 경쟁약보다 규제 측면에서 한발 앞섰다는 점이다. 페마자이레와 리트고비는 현재 FDA 가속승인 상태로, 임상적 유익성을 확증하기 위한 후속 임상이 남아 있다. 반면 리픽투는 임상 1/2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았음에도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이 아닌 정식승인을 받으며 시장에 진입했다.

향후 확증임상 결과에 따라 허가 유지 여부가 좌우되는 경쟁약과 달리 리픽투는 이 같은 규제 불확실성을 덜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경쟁약은 시장 진입 후 후속 임상을 통해 실제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하지만 리픽투에는 이러한 조건이 붙지 않았다. 희귀암 특성상 환자 모집이 어려워 확증임상 수행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업화에서 상당히 유리한 포인트다.



◇담관암만으론 한계…유럽 진출·암종불문 도전

리픽투의 시장성은 담관암이라는 좁은 시장을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엘레바는 이달 유럽의약품청(EMA)에 FGFR2 융합·재배열 담관암 치료제로 리픽투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판매 지역을 넓혀 환자 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적응증 확대도 진행되고 있다. 엘레바는 FGFR2 융합·재배열을 가진 비담관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 ‘리포커스202’(ReFocus202)를 진행 중이다. 한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스페인·프랑스 등에서 임상을 진행하며 특정 암종이 아닌 FGFR2 유전자 이상 자체를 기준으로 치료 대상을 넓히는 암종불문(tumor-agnostic)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은 “리픽투는 이제 담관암 치료제를 넘어 다양한 암종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고, 빅파마가 보유한 항암제와의 병용 개발을 통해 적응증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며 “담관암 신약 승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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