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도 한국서 만든다”…佛 콴델라, 삼성·SK와 ‘양자칩 제조’ 타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8일, PM 02:5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프랑스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기업 콴델라(Quandela)가 한국을 양자컴퓨터 제조와 산업화를 위한 생산 거점으로 추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양자칩 제조 협력을 타진하고, LG이노텍 등과는 부품·시스템 통합 분야 협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콴델라는 28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2~3년간 국내 전략 파트너를 발굴해 양자컴퓨터 제조부터 시스템 통합, 소프트웨어·알고리즘 개발까지 협력하는 한국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물리학 박사인 니콜로 소마스키 콴델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단순한 일회성 고객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한국의 제조·시스템 통합 역량과 콴델라의 양자 기술을 결합해 양자컴퓨팅 산업화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콴델라 기자간담회에서 니콜로 소마스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콴텔라코리아
콴델라 기자간담회에서 니콜로 소마스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콴텔라코리아
◇프랑스 국립연구소 기술, 2017년 스핀오프

콴델라는 프랑스 국립연구소에서 연구하던 양자광학과 반도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2017년 설립됐다. 소마스키 CEO에 따르면 연구소에서 25년 이상 국제적인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이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스핀오프 형태로 독립했다.

2018년부터 기술 상용화에 들어갔으며 현재 150명 이상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 3개의 제조시설을 운영하며 실험실 수준의 연구용 시스템이 아니라 실제 제품 형태의 양자컴퓨터를 산업 규모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는 양자처리장치(Q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이 밖에도 화학 분야에서는 토탈, 통신·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오렌지,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사프란과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양자컴퓨팅 기술의 산업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K와 양자칩 제조 타진…생태계 구축

콴델라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협력을 모색하는 분야는 양자칩 제조다. 양자칩 제조·양산부터 시스템 통합, AI·고성능컴퓨팅(HPC) 연계, 산업 활용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소마스키 CEO는 발표에서 “한국에서 삼성이나 SK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직접 언급했다. 양자칩 제조 과정에서 한국의 반도체 공정과 패키징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콴델라의 양자컴퓨터는 3·5족 화합물 반도체와 광집적회로(PIC) 기술을 결합한 ‘물질-광자’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기존 통신·데이터통신·항공우주 분야에서 활용되는 반도체 제조기술과 표준 공정을 활용해 양자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소마스키 CEO는 “파운드리에서 웨이퍼를 제조하고 설계·패키징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 파운드리뿐 아니라 다양한 부품과 모듈을 생산하는 제조 생태계가 강하다”고 말했다.

양자칩을 비롯한 전자부품과 극저온 모듈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분야에서는 LG이노텍 등 정밀 전자·광학 부품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이노텍과 구체적인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 콴델라는 국내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실제 공동개발과 제조로 이어질 파트너를 찾는 단계다.

한국을 유럽 외 생산 거점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는 만큼 국내 기업과의 기술 협력 과정에서 지식재산권(IP)도 역할에 따라 나눠 갖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소마스키 CEO는 공동개발 과정에서 각 기업이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 기여한 부분의 IP는 각자가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협력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술은 별도 협의를 거쳐 공동 IP로 확보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제조·부품·시스템 통합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하되 기술 주도권과 권리를 명확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니콜로 소마스키 콴델라 CEO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 기술(NVQLink)을 활용해 GPU와 QPU(양자컴퓨터용 CPU)를 직접 연결한 저지연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설명하고 있다. 클라우드 대기 과정을 우회해 기존 수십 초가 걸리던 데이터 이동 시간을 밀리초(ms) 단위로 단축했다.
니콜로 소마스키 콴델라 CEO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 기술(NVQLink)을 활용해 GPU와 QPU(양자컴퓨터용 CPU)를 직접 연결한 저지연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설명하고 있다. 클라우드 대기 과정을 우회해 기존 수십 초가 걸리던 데이터 이동 시간을 밀리초(ms) 단위로 단축했다.
◇GPU와 QPU 직접 연결…20초→밀리초로 줄여 AI 연산 효율 높인다

AI 데이터센터와 양자컴퓨터를 결합하는 기술도 한국 사업의 한 축이다.

콴델라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그래픽처리장치)와 QPU(양자컴퓨터용 CPU)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GPU와 양자컴퓨터 사이에서 계산을 주고받는 데 약 20초가 걸릴 수 있지만, 새로운 방식에서는 GPU와 QPU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밀리초(1000분의 1초) 수준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소마스키 CEO는 “기존 방식이 수십 초 수준이라면 콴델라의 방식은 밀리초 수준”이라며 “여러 자릿수의 속도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력 측면에서도 강점을 내세웠다. 그는 “수백 킬로와트(kW)에서 메가와트(MW)급 전력을 소모하는 대규모 GPU 인프라와 달리 QPU는 수십~수백 kW 수준의 전력만 사용한다”며 “기존 AI 인프라에 QPU를 결합하면 별도의 대규모 전력망이나 인프라를 새로 짓지 않고도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니콜로 소마스키 콴델라 CEO가 반도체 공정 기반의 양자컴퓨터 생산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니콜로 소마스키 콴델라 CEO가 반도체 공정 기반의 양자컴퓨터 생산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콴델라는 향후 2년간 ▲광양자 하드웨어 제조 ▲극저온 제어 및 시스템 통합 ▲AI·GPU·HPC(고성능컴퓨팅) 기반 양자 시스템 운영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전략 파트너를 발굴하고 공동개발 및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하드웨어 제조부터 시스템 통합, 실증 및 검증, 실제 운영까지 이어지는 협력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콴델라는 향후 2년간 ▲광양자 하드웨어 제조 ▲극저온 제어 및 시스템 통합 ▲AI·GPU·HPC(고성능컴퓨팅) 기반 양자 시스템 운영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전략 파트너를 발굴하고 공동개발 및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하드웨어 제조부터 시스템 통합, 실증 및 검증, 실제 운영까지 이어지는 협력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출처=과기정통부.
출처=과기정통부.
◇서울대·KAIST와 공동개발…서울시 800억원 협력도 구체화

국내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콴델라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ISRC)와 반도체 공정 기반 광자 양자컴퓨터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KAIST와는 ‘콴델라 허브’를 구축해 산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서울시와의 약 800억원 규모 투자 협력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콴델라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약 5700만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초에는 시스템 통합과 조립 거점 구축을 중심으로 논의했지만, 서울시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 클러스터 사업에서 양자컴퓨팅 거점으로 선정되면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출신인 김유석 콴델라코리아 대표는 “하반기 서울시와 논의를 다시 구체화해 컴퓨팅 분야뿐 아니라 금융·산업 분야의 활용 사례 개발, 대학과의 연구개발 협력 등을 포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인력도 확대한다. 콴델라는 시스템 통합(인테그레이션), 양자컴퓨터 조립·생산(어셈블리), 산업별 양자 알고리즘 개발(R&D)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소마스키 CEO는 “향후 2~3년에 걸쳐 한국에 전담 연구소와 개발 조직을 구축하고 1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콴델라의 한국 사업은 양자칩 제조를 시작으로 시스템 통합과 연구개발, 산업별 활용 사례 발굴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의 제조 협력이 실제 공동개발과 생산으로 이어질지, 서울시와의 투자·연구개발 협력이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될지가 향후 한국 사업의 관건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