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이오 로고 (사진=아리바이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비상장 신약개발사 아리바이오를 상장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2년 넘게 추진해 온 아리바이오홀딩스(옛 소룩스(290690))와 아리바이오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아리바이오홀딩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을 크게 밑돌면서 합병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예상된다는 게 직접적인 배경이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글로벌 임상 3상 종료와 국내외 판권계약 체결 등으로 2년 전보다 사업·재무 환경이 달라진 만큼 양사가 각자 기업가치를 키우는 쪽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아리바이오는 직상장을 포함한 새로운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가 4000원인데 매수청구가는 1만719원…합병 부담 커져
아리바이오홀딩스와 아리바이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흡수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6일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를 비롯해 합병과 관련한 후속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이번 합병은 2024년 8월 당시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처음 추진됐다. 상장사인 소룩스가 존속하고 비상장사 아리바이오가 소멸하는 구조로, 합병을 완료하면 아리바이오 사업이 상장사 안으로 편입될 예정이었다.
최초 공시에 따르면 합병 후 존속회사의 사명도 아리바이오로 변경할 계획이었다. 소룩스는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29일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사명을 아리바이오홀딩스로 변경했다.
하지만 합병 절차는 금융당국의 반복적인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2년 넘게 표류했다. 지난 7월 기준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만 14차례에 달했으며, 이 중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를 반영한 경우는 10차례였다. 이후에도 합병 일정이 재차 변경되면서 최종 합병기일은 내년 2월 11일까지 밀렸다.
직전 합병안의 합병비율은 아리바이오홀딩스 1주당 아리바이오 2.0610695주로, 아리바이오 주주에게 합병신주 5859만5200주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아리바이오홀딩스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예정가격은 주당 1만719원이었다.
그러나 합병회사의 시장가격과 주식매수청구가격 사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아리바이오홀딩스의 지난 28일 종가는 399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격을 크게 밑돌았다.
이에 아리바이오홀딩스는 “합병회사의 기준 주가가 관계 법령에 따라 산정한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현저히 하회한다”며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이후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할 경우 각 당사자에게 대량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존 합병계약에는 아리바이오홀딩스 측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15억원, 아리바이오 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양사가 협의해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담겨 있었다.
아리바이오의 기업가치 산정 여건이 합병 추진 당시와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리바이오홀딩스는 “피합병회사는 추가적인 독점판매권 계약으로 기준 주가 가치의 변동이 생겼다”며 “대량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리스크가 증대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을 중단하고 합병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각 당사자와 그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적절한 의사결정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2년 전과 환경 달라져”…아리바이오 상장 전략 재검토
아리바이오와 아리바이오홀딩스는 이날 주주서한을 통해 “합병을 완성하는 일보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우선”이라며 “2년 전 합병을 추진하기 시작했던 시점과 지금은 분명히 달라졌다”고 했다.
당초 2024년 8월 합병을 추진할 당시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아리바이오를 상장사로 전환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자금과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후 아리바이오는 지난 6월 말 52주 투약을 마친 데 이어 7월 말 마지막 환자의 최종 안전성 추적 방문(LPLV)까지 완료하면서 글로벌 임상 3상 본시험을 마치고 결과 분석 단계에 들어갔다.
사업화 기반도 확대됐다. 아리바이오는 2023년 3월 삼진제약(005500)과 국내 독점 생산·판매권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중동 지역에서는 UAE 아르세라와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중국 푸싱제약과 최대 47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글로벌 독점 판권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가 밝힌 AR1001 누적 계약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합병 철회로 아리바이오의 상장 전략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회사 스스로 합병 목적 중 하나로 아리바이오의 ‘상장기업 전환’을 제시한 만큼 상장사와 합병이라는 기존 증시 입성 경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직상장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홀딩스도 합병을 전제로 했던 기존 구상을 벗어나 별도 상장사로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회사는 아리바이오홀딩스를 그룹 전략과 계열사 간 연계를 담당하는 중심 회사로 육성하고 자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아리바이오홀딩스·아리바이오·아리바이오랩(옛 차백신연구소(261780))은 내달 1일 비전선포식을 열고 합병계약 해제 배경과 각사의 역할, 향후 성장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드려 사죄드린다”며 “변화된 환경에 맞춰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