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물 표시제도 검토한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AI기본법과 규제가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계부처와 제도 정합성을 협의하기로 했다.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과 방송·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괄하는 ‘통합미디어법’ 제정도 추진한다.
방미통위는 30일 제39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기 비전 및 주요 시책’을 의결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미디어 기본사회’를 비전으로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 접근 강화 △국민 주도의 능동적 참여 확대 △안전·신뢰 기반의 자율적 선택 보장 △혁신·상생의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 등 4대 목표와 12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이 1기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AI 관련 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방송미디어 분야에 특화된 AI 윤리원칙 마련이다.
방미통위는 방송사가 이미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 편집, 송출까지 전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선경 방미통위 방송기반국장은 “방송 분야에서 AI 기술을 기획·제작·편집·송출까지 전 과정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AI기본법은 AI 개발사뿐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자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방송 분야에도 적용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AI 윤리원칙이 방송사의 AI 활용을 제약하는 새로운 규제가 되지는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 국장은 “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통해 자율적인 시행을 이끌어내려고 한다”며 “현재 내부 검토 단계로, 검토가 끝나면 방송사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연내 윤리원칙을 마련하고 방송사가 이를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제작비 부담 등 방송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AI 활용에 추가 규제가 생기면 제작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생성물의 유통·관리 체계도 정비한다. 이용자가 AI로 만들어진 콘텐츠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표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과기정통부 소관 AI기본법과의 관계다. AI기본법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용자에게 AI 기반 서비스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투명성 의무를 이미 두고 있다.
방미통위가 별도의 생성물 표시 규율을 도입할 경우 AI 모델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AI 생성물에 과기정통부와 방미통위 규율이 중첩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함형철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과방위 차원에서 AI 생성물 표시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됐다”며 “논의 과정에서 AI기본법과의 관계와 정합성을 좀 더 논의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과기정통부와 협력해 논의를 지속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송미디어 AI 윤리원칙은 우선 자율규범으로 추진하고, 생성물 표시처럼 법적 의무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은 AI기본법과의 관계를 조율하면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AI와 플랫폼이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방미통위는 국민이 정보와 서비스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방송 프로그램의 연계·편성과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튜브와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은 기업의 핵심 기술이자 영업상 중요한 정보라는 점에서 실제 제도의 적용 범위와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과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1기 비전을 발표했다. 비전은 4대 목표와 12개 정책과제로 나눠져있다(사진=챗GPT)
방송과 OTT 등으로 분절된 현행 미디어 규제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통합미디어법 제정도 추진한다.
성종원 방미통위 기획조정관은 “국무조정실, 관계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 중이고, 통합미디어법을 중심으로 미디어발전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미통위 측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발의한 관련 법안에 대해 “발의된 법안은 숙지하고 있다”면서도 “별개로 위원회에서 방송미디어 시장을 어떤 식으로 규율해야 할지 위원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서로 상충하는지 여부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규제 정비와 함께 방송·미디어 업계의 AI 활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한다.
방미통위는 중소·영세 방송사업자가 AI 기반 제작·편집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취약계층의 미디어 접근과 디지털 복지를 지원하는 미디어 바우처 등으로 정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성 조정관은 “바우처는 미디어 기본사회에서 중요한 핵심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재정당국과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디어 바우처 등 일부 사업은 정부 예산안에 아직 반영되지 않아 구체적인 전체 사업 규모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OTT의 해외 진출 지원도 이어간다. 국내 OTT와 FAST 사업자의 해외 진출 수요를 반영해 국제 OTT 포럼과 과기정통부의 스트리밍 관련 행사 등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방미통위는 이번 비전에서 규제뿐 아니라 미디어 산업 진흥도 함께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확정된 제1기 비전과 주요 시책은 미디어 기본사회 조성을 향한 방미통위의 의지이자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라며 “국민이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