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독파모를 중단하고 프론티어 AI로 전환하는 대신, 독파모를 이어가면서 별도로 프론티어 AI에 도전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별 전략 차이를 이해하려면 2차 평가 당시 모델 규모부터 볼 필요가 있다.
당시 4개사의 총 매개변수는 LG AI연구원 K-엑사원 2.0이 7500억개로 가장 많았고, SK텔레콤 A.X K2가 6880억개로 뒤를 이었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Motif-3는 3140억개, 업스테이지 Solar Open 2는 2500억개였다.
실제 연산에 활용되는 활성 매개변수는 LG 370억개, SK텔레콤 330억개, 모티프 132억개, 업스테이지 150억개 수준이었다.
매개변수 규모가 모델 성능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모델 구조와 학습 데이터, 학습 방법, 추론 효율 등도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대규모 모델을 학습·운영할 수 있는 기술과 GPU 자원은 글로벌 선도 모델과 경쟁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원장은 당시 “글로벌 프론티어급 모델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 모델 규모를 크게 확대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동일한 스케일 체급에서 동등 이상의 성능을 구현해 내는 것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모델 개발 역량을 축적한 기업들은 독파모 이후 모델 규모와 성능을 더 끌어올려 글로벌 프론티어급 AI에 도전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독파모 ‘완주’도 중요…다음 단계는 제각각
반면 독파모에서 확보한 기술과 모델을 먼저 완성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접근도 가능하다.
기업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다. 어떤 기업은 더 큰 모델과 성능을 목표로 프론티어 AI에 도전할 수 있고, 다른 기업은 기존 모델의 완성도와 산업 활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독파모를 계획대로 마무리하고, 이후 프론티어 AI 등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개냐 3개냐가 중요한 문제라기보다 지금까지 해온 독파모를 잘 마무리하고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프론티어 AI로 가더라도 독파모를 잘 끝까지 진행한 뒤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파모, 모델 하나 넘어 AI 생태계로
독파모는 모델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AI 모델을 직접 개발·학습하는 경험을 쌓게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GPU가 부족했던 스타트업들도 정부 지원을 통해 대규모 모델 학습 경험을 확보했고, 기업 간 경쟁 과정에서 국내 AI 개발 생태계 형성에도 기여했다.
독파모에는 산·학·연 연합체 형태로 참여가 이뤄졌다. 2025년 첫 공모에 15개 연합체가 제안서를 냈으며, 파트너사와 수요기업까지 포함하면 수십~100여 곳의 기업·기관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올해 1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독파모의 다음 단계가 기업마다 다른 가운데 정부도 기존 지원 방식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당초 독파모는 2차 평가를 거쳐 SK텔레콤·업스테이지·LG AI연구원 등 3개 팀으로 압축됐고, 내년 1월 3차 평가에서 2개 팀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성능 GPU 공급 여건과 AI 기술 환경이 사업 초기와 달라지면서 ‘3개 중 2개’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다. 1개 팀을 탈락시키는 대신 3개 팀 모두 개발을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3차 평가를 앞두고 평가 방식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며 “기존처럼 탈락시키는 방식뿐 아니라 참여 기업을 유지하면서 계속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3개 팀을 모두 유지할지와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프론티어 AI는 독파모의 대체재가 아니다
정부는 독파모를 중단하고 프론티어 AI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업을 병행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겸 부총리는 지난 30일 “독파모는 계속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독파모 3차도 계획대로 제대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7년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프론티어급 AI 개발에 4조7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방식과 독파모와의 연계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프론티어 AI 사업이 출범하려면 미래대응기금법 제정과 국회 심의, 사업 공모·선정, 참여 주체 구성과 민간 투자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독파모의 기술과 인력이 끊기지 않도록 징검다리 지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독파모와 프론티어 AI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독파모에서 축적한 기술과 인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최상위급 모델 경쟁에 도전하는 동시에, 중소·스타트업과 산업 현장으로 AI 성과를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