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농업로봇 사업, 26대 최대 15개월 멈췄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PM 04:1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농촌진흥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미래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 농업용 로봇 사업에서 일부 장비가 최대 15개월간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방제로봇과 운반로봇은 판매 실적도 저조했다. 반면 자율주행 트랙터처럼 판매가 꾸준히 늘어난 기종도 있어 장비별 현장 활용성과 시장성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농진청은 농업용 로봇을 활용했을 때 노동시간과 경영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조사했지만, 장비 구입비와 유지비를 고려해 농가가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는지는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내년까지 총 120억원이 투입되는 ‘농업용 실증로봇 지원사업’에서 올해 9월 기준 장기간 미가동 상태였던 장비는 모두 26대였다.

출처=문대림 의원실
출처=문대림 의원실
경남 거창군에서는 방제로봇 6대, 운반로봇 4대, 제초로봇 4대, 예찰로봇 2대 등 16대가 장기간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분무압·분무량에 대한 불만족, 조작 불편, 수리 및 배터리·타이어 교체, 사용방법 숙지 어려움 등이 이유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최대 15개월간 미가동 상태였으며, 현재 가동 중인 장비도 있다.

전북 김제와 충북 옥천, 경북 포항, 충남 당진에서도 자율주행 트랙터와 운반로봇, 방제로봇, 농업용 드론 등 10대가 6~13개월간 미가동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옥천 운반로봇은 경사로에서 밀림 현상이 발생해 제동장치 개선을 진행 중이며, 포항 방제로봇도 초기 시작기를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있다. 당진 농업용 드론은 실증 과정에서 추락한 뒤 제품 교체를 거쳐 현재 가동 중이다.

판매 실적도 기종별 차이가 컸다. 정부 융자지원 목록에 등재된 투입 장비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성부의 방제로봇 SB-1000SS는 2023~2025년 3년간 판매량이 0대였다. 아세아의 ASIA-500은 2023년 8대가 팔렸지만 2024년과 2025년에는 판매 실적이 없었다.

운반로봇 대동 RT100은 3년간 판매량이 1대에 그쳤다. 농업용 드론도 모델별 판매량이 1~6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자율주행 트랙터는 판매가 꾸준히 증가했다. LS엠트론 MT7.115-SmartTrek은 2023년 11대에서 2024년 40대, 2025년 42대로 늘었다. MT7.74-SmartTrek도 같은 기간 11대에서 14대, 25대로 증가했다. 대동 HX1400L-2CG 역시 1대에서 3대, 14대로 판매량이 늘었다.

농가의 실제 부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을 적용할 경우 농가 자부담액은 자율주행 콤바인 7041만원, 자율주행 트랙터 5483만~5973만원 수준이었다. 방제로봇은 제품에 따라 1040만~4704만원, 운반로봇은 407만원의 자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로봇 도입에 따른 효과로 관행 영농 대비 노동시간이 평균 15.2% 줄고, 연간 경영비가 170만~300만원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했다. 옥천 복숭아 농가에서는 연간 노동시간이 331시간, 당진 벼 농가에서는 113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대림 의원(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더불어민주당)
하지만 장비 가격과 유지비를 반영한 투자비 회수기간은 조사하지 않았다. 문 의원실이 ‘로봇 도입비와 유지비를 고려할 경우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질의하자 농진청은 “조사한 바 없음”이라고 답했다.

문 의원은 “농민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지까지 검증해야 농업용 로봇 보급이 현장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 미가동 원인을 해소하고 현장교육과 수리 대응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장비 가격과 유지비, 영농 규모를 반영한 경제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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