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 (사진=에이프릴바이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올해 경영권을 내려놓은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397030) 대표가 약효지속 플랫폼 ‘사파’(SAFA)의 임상적 가치를 다시 입증할 기회를 잡았다. 룬드벡에 기술수출한 ‘APB-A1’이 갑상선안병증(TED)에서 기대했던 임상적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데 이어 미국 에보뮨에 기술수출한 ‘APB-R3’(EVO301)이 아토피피부염 임상 2a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면서다.
차 대표는 2013년 에이프릴바이오를 설립한 창업자다.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교수 출신으로 항체와 단백질 의약품 연구를 기반으로 ‘SAFA’ 플랫폼을 구축했다. SAFA는 혈청 알부민에 결합하는 항체 절편을 이용해 약효 단백질의 체내 반감기를 늘리는 기술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를 기반으로 2021년 APB-A1을 룬드벡에 최대 4억4800만달러(5370억원), 2024년 APB-R3를 에보뮨에 최대 4억7500만달러(655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총 1조192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달성한 셈이다.
올해는 차 대표에게도 변곡점이 찾아온 해였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6월 TKG휴켐스·IMM 측으로부터 346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경영권을 TKG휴켐스에 넘겼다. 차 대표도 보유주식 177만주를 IMM 측에 약 582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최대주주는 IMM 측 투자목적회사(SPC)로 변경됐고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TKG·IMM 측 인사들이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13년간 이어진 창업자 중심 경영체제도 막을 내렸다.
차 대표가 경영권을 넘겼지만 에이프릴바이오를 떠난 것은 아니다. 그는 에이프릴바이오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연구개발과 플랫폼·신약 개발에 힘쓰기로 했다. 자본과 경영은 외부 전문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에게 상당 부분 맡기고 자신은 창업자이자 기술 리더로서 에이프릴바이오의 다음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경영권 재편 직후 SAFA의 임상 경쟁력을 둘러싼 첫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룬드벡은 APB-A1의 TED 임상 1b상에서 생물학적 활성은 확인했지만 기대했던 임상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해당 적응증의 후속 개발을 중단했다. 후보물질 자체를 포기하거나 기술을 반환한 것은 아니지만 SAFA 플랫폼의 임상적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단 APB-A1 자체의 개발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룬드벡은 최근 Lu AG22515를 자사 파이프라인에 ‘CD40L 차단제·신경학(Neurology)·임상 1상’으로 다시 분류하며 신경면역질환으로 개발 방향을 틀었다. 다발성경화증(MS),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 중증근무력증(MG) 등이 잠재적 적응증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후속 적응증과 임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
APB-A1의 TED 개발이 좌초하자 두 번째 기술수출 자산인 APB-R3의 임상 데이터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에보뮨은 지난 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피부과학회(EADV 2026)에서 EVO301의 아토피피부염 임상 2a상 세부 데이터를 공개했다. EVO301 투여군은 12주차 습진중증도평가지수(EASI)가 기저치 대비 55% 감소해 위약군의 22%를 웃돌며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P<0.01). 4주차부터 나타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은 8·12주차까지 이어졌다.
장기지속성도 확인됐다. 환자들은 0주와 4주 두 차례만 EVO301을 투여받았다. 마지막 투여 8주 뒤인 12주차 EASI-50 달성률은 63%로 위약군 23%, EASI-75 달성률은 29%로 위약군 9%를 기록했다. 에보뮨은 약동학(PK) 데이터를 토대로 유지요법에서 8~12주 간격 투여 가능성도 제시했다. SAFA가 내세우는 장기지속성이라는 강점을 사람 대상 임상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에보뮨은 데이터 공개 당일인 1일 전일 대비 12.71% 급락한 8.26달러(약 1만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이프릴바이오의 2일 종가는 1만702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0.09% 급락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EADV 발표 기대감으로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주가가 연속 상승했다가 발표 직후 상승분 이상을 반납했다.
이번에 추가 공개된 데이터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1차 평가지표인 12주차 EASI 개선율 55%와 위약군 22% 등 주요 결과는 이미 지난 2월 톱라인을 통해 알려졌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EASI-75 달성률은 EVO301군 29%, 위약군 9%였다.
두 차례 투여만으로 마지막 투약 8주 뒤까지 효과가 지속됐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효능 지표만 놓고 기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뚜렷한 차별화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효능 신호까지는 확인했지만 과연 듀피젠트 대비 경쟁력이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음 승부처는 에보뮨이 내년 중반 개시할 EVO301의 글로벌 임상 2b상이다. 이번 임상 2a상은 70명 규모로 정맥주사(IV) 제형을 사용했지만 에보뮨은 후속 임상부터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해 용량을 다시 탐색할 계획이다. 임상 2a상에서 확인한 효능과 장기지속성을 SC 제형에서도 재현하고, 경쟁이 치열한 아토피피부염 시장에서 투약 편의성 이상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차 대표에게 APB-R3의 성패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는 두 차례 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SAFA의 사업개발 가치를 증명해왔다. 경영권을 외부에 넘긴 지금 차 대표에게 남은 핵심 역할은 결국 ‘기술’이다. APB-A1의 TED 개발 좌절로 SAFA의 임상 경쟁력에 물음표가 붙은 상태에서 APB-R3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 약력
△1963년 1월 18일 출생
△1987년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졸업
△1989년 미국 몬태나주립대학교 미생물학 과정 수료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 면역학 박사
△1993~1994년 미국 UC데이비스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
△1995년~현재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교수
△1997~1999년 마크로젠(038290) 면역담당 고문
△2000~2012년 아이지세라피 대표이사
△2006~2007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 교환교수
△2013년~현재 에이프릴바이오 대표이사
△2022년 7월 에이프릴바이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