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근(45) 차봇모빌리티 대표.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차봇은 국내 자동차 딜러 약 6만 명 가운데 3만2000명을 연결하고 있다. 2021년 103억원이던 매출은 2025년 약 450억원으로 4년 만에 4.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7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CAGR)은 58.4%다. 누적 매출은 1052억원, 누적 거래액은 약 1조4000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외형 성장에 이어 수익성을 갖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차봇은 차량 구매와 금융·보험, 차량 관리 등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OS’를 지향한다.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미국·일본·몽골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는 2028~2029년 코스닥 일반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디젤게이트 계기로 창업…“딜러가 이미 플랫폼이었다”
강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였다. 판매가 중단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2016년 회사를 나왔고, 자동차 시장의 구조를 다시 들여다봤다.
그가 주목한 것은 딜러였다. 딜러들은 차량 판매뿐 아니라 보험, 금융, 차량용품, 중고차 판매 등 고객의 자동차 생애주기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연결하고 있었다.
강 대표는 “차를 한 대 팔고 나면 보험부터 금융, 용품 시공, 재판매까지 모든 과정이 이어졌다”며 “가만히 보니 딜러 한 명이 오프라인에서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를 온라인으로 옮기면 고객에게 더 큰 편의성과 경제성을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초기 회사 이름은 ‘카브리데이’였다. 별도의 마케팅 비용도 없었다. 차량 출고 후기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는데 한 게시물의 조회수가 50만회를 넘으면서 고객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 강 대표는 ‘1팀 팀장’ 명함을 파고 직접 고객 전화를 받고 영업을 뛰며 서버비와 인건비를 감당했다. 2019년 말 첫 기관투자를 받기 전까지 공헌이익률을 25% 수준으로 관리하며 흑자 구조를 지켰다. 이후 투자금을 IT 인프라와 플랫폼 고도화, 자회사 설립 등에 투입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딜러 3만2000명 연결…“플랫폼보다 생태계”
차봇의 성장 전략은 오프라인 사업자를 경쟁자로 두기보다 파트너로 끌어안는 것이었다.
강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면 딜러들은 고객을 뺏길까 경계하기 마련”이라며 “온라인에서 확보한 차량 구매 고객 데이터를 딜러에게 무상으로 넘겨주고, 금융·보험 등에서 발생하는 부가 수익을 함께 공유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딜러 영업관리 플랫폼 ‘차팀장’도 자체 개발해 무료로 제공했다. 현재 차봇의 딜러 네트워크는 약 3만2000명이다. 국내 전체 자동차 딜러 약 6만 명의 절반 이상이며, 수입차 딜러의 약 91%, 신차 딜러의 44%, 중고차 딜러의 약 40%를 포괄한다.
차봇은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연간 약 10만 대의 차량 판매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차봇은 2017년 딜러 대상 영업지원 B2B 플랫폼 ‘차봇프라임’을 출시한 데 이어 ‘차팀장’을 인수하며 신차와 중고차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 공식 수입차 판매사인 ‘차봇모터스’와 법인보험대리점(GA) ‘차봇인슈어런스’도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는 “최근 투자설명회(IR)에서는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아예 뺐다”며 “단순히 소비자와 딜러를 중개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B2B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동차 구매부터 금융·보험, 관리까지 연결하는 모빌리티 OS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차봇은 최근 3년간 해외 사업을 준비해왔다.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각국 자동차 시장의 문제를 찾아 현지화하는 방식이다.
해외 매출은 기존 간접수출을 통해 발생해왔으며, 올해부터 직접수출과 현지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5년 해외 매출은 약 36억원, 올해 목표는 43억원이다. 현재 몽골·일본·북미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차량 정비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차량식별번호(VIN)를 바탕으로 정비 내역과 수리 비용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솔루션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 내 K-스타트업센터(KSC) 입주기업으로 선정돼 멘로파크에 거점을 마련했다. 연내 현지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현지 정비소 3곳에서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정비소 대상 SaaS와 모빌리티 데이터·API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에서는 중고차 딜러를 대상으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비교·중개 서비스를 추진한다. 대면 중심인 보험 가입 절차를 디지털화하는 방식이다.
몽골에서는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와 차량 금융을 결합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철 차량 수요가 높은 현지 특성과 높은 대출금리를 고려해 차량과 금융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몽골·중앙아시아 등에서 6건 이상의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2026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K스타트업센터(KSC) 실리콘밸리 개소식 현장. 김영준 중진공 KSC 실리콘밸리 소장(왼쪽)과 조준상 차봇모빌리티 부대표(CFO). 사진=차봇모빌리티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차봇 앱은 누적 다운로드 약 5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B2C 앱과 딜러 플랫폼 등을 통해 축적한 차량 구매 고객 데이터는 누적 170만 명에 이른다.
이 데이터는 차량 탐색과 견적, 구매뿐 아니라 금융·보험, 차량 관리까지 고객 여정을 연결하는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9월 21일 출시한 ‘차봇케어’는 아직 초기 단계다.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서비스 수요를 검증하고 완성차·딜러사 등 B2B 파트너와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차봇케어 역시 차량 구매 이후의 관리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구매 단계부터 제공하는 케어 솔루션으로 확대해 B2B2C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적자 상장 대신 숫자로 증명…2028~2029년 일반상장
차봇은 지금까지 TS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현대자동차, 현대해상, 한화투자증권 등으로부터 누적 약 25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는 글로벌 사업 확대와 AI·데이터 기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시리즈 C 브릿지 라운드를 추진하고 있다.
강 대표는 “적자 상태에서 미래 가치만으로 상장하는 기술특례보다는 숫자로 사업을 증명하고 주주 신뢰를 얻는 일반상장을 선택하겠다”며 “올해 BEP 달성을 발판으로 내년 상장 예비심사에 도전하고, 2028~2029년 코스닥 일반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 시대에도 소비자가 차를 사고, 고치고, 보험에 가입하는 물리적 과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자동차 분야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현장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량 구매부터 관리까지 연결하는 AI 컨시어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차봇의 데이터와 오프라인 인프라는 자사 앱에 머무르지 않고,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등을 통해 카카오톡 등 외부 AI 에이전트와 연동되는 형태로 확장할 수 있어 AI 플랫폼 시대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