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상반기 시장 흐름’ 보고서에서 분석한 OpenRouter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2월 AI 에이전트의 토큰 사용량이 사람을 처음 넘어섰다. 8월에는 에이전트가 사용한 토큰이 7.3조개로 인간의 1.4조개보다 약 5배 많았다. 2월 이후 에이전트 사용량은 14배 증가한 반면 인간 사용량은 2.8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변화는 AI 비용 하락과 맞물려 있다. 기술 발전과 모델 최적화로 토큰 등 AI의 단위 연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새로운 사용처가 생기고 전체 수요가 오히려 커지는 ‘제본스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AI가 싸지면서 오히려 더 많이 쓰게 되는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AI에 돈을 내는 이용자도 빠르게 늘었다. 미국 내 유료 AI 구독 가구 비율은 2023년 0.5%에서 2026년 4월 2.2%로 높아졌다. 유료 이용자의 월평균 지출액은 약 31달러였다. 챗GPT는 처음 사용한 지 31개월이 지난 데스크톱 이용자의 약 70%가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은 특히 많이 쓰는 이용자에게 집중됐다. 상위 1% 사용자의 지출액은 상위 10% 사용자보다 약 8배 많았다. AI를 검색이나 문서 작성에 한정하지 않고 코딩·개발·설계·업무 자동화 등에 활용하면서 사용량과 지출이 함께 커지는 것이다.
국내 현장에서도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A사 대표는 AI를 반도체 설계에 활용하면서 본인 혼자 매월 약 600만원을 AI 사용료로 지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AI를 단순한 보조도구가 아니라 제품 개발에 직접 투입하면서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사례다.
기업의 지출도 늘고 있다. 한 대기업 전략부서 관계자는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코딩 도구와 여러 AI 모델의 오픈 API를 연동해 사용하면서 매월 AI 구독료와 API 사용료로만 40만원가량을 지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비용은 만만치 않지만 여러 명의 몫을 해내고 있어 오히려 이득”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나타난 ‘많이 쓰는 이용자일수록 더 많이 지출하는’ 현상이 국내에서는 실제 업무 비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AI 사용량이 늘면서 관련 지출은 소프트웨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작업이 많아질수록 이를 뒷받침할 GPU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전력 수요도 함께 커진다.
a16z는 AI 열풍이 반도체를 넘어 전력·네트워크·데이터센터 건설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클라우드 기업의 연간 자본지출도 1조달러(약 1343조6000억원)에 육박했다.
AI 가격 하락이 지출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용과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AI 시장의 성장 기준도 사람이 AI를 얼마나 쓰느냐에서 AI가 사람 대신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