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중성미자 연구' 프랜시스 할센…34년만 단독 수상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6일, PM 08:24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중성미자 연구로 남극 얼음을 활용해 중성미자 관측에 기여한 프랜시스 할젠 박사가 받았다. 1992년 프랑스의 조르주 샤르파크의 노벨물리학상 이후 34년 만의 단독 수상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벨기에 출신의 중성미자 천문학의 개척자인 프랜시스 할젠 교수(82)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노벨상 위원회 X)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벨기에 출신의 중성미자 천문학의 개척자인 프랜시스 할젠 교수(82)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노벨상 위원회 X)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벨기에 출신의 중성미자 천문학의 개척자인 프랜시스 할젠 교수(82)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할젠 교수는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정말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번 수상이 대규모 공동연구진, 특히 오랜 시간 이 프로젝트에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기여를 해온 분들의 공로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남극 얼음을 거대한 입자 검출기로 바꾼 ‘아이스큐브 프로젝트’를 이끈 물리학자다. 남극 얼음 약 1㎦에 5000개가 넘는 광센서를 설치해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기로 만들었다. 기존 천문학이 주로 빛이나 감마선 등 전자기파를 이용했다면 아이스큐브는 중성미자를 이용해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었다.

중성미자는 전하가 없고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유령 입자’로 불린다. 별이나 초신성, 블랙홀 주변 등 우주의 격렬한 현상에서 만들어진 뒤에도 주변 물질에 거의 가로막히지 않고 지구까지 날아올 수 있다. 전하를 띤 입자처럼 우주의 자기장에 의해 진행 방향이 휘지도 않는다.

202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프랜시스 할젠 교수 (사진=노벨상 유튜브 캡처)
202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프랜시스 할젠 교수 (사진=노벨상 유튜브 캡처)
중성미자의 이런 장점은 동시에 관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물질과 좀처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통째로 통과할 정도다.

할젠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극의 거대한 얼음 자체를 검출기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입자가 푸른색의 체렌코프 빛을 내는데, 얼음 속에 설치한 센서로 이 미세한 빛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아이스큐브는 남극 얼음 약 1.45~2.45㎞ 깊이에 5160개의 광학 검출기를 설치한 세계 최대 중성미자 관측시설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에 걸쳐 건설됐다.

완공 이후 관측을 이어간 연구진은 2013년 지구 대기에서 만들어진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발견했다. 이는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프랜시스 할젠 ‘아이스 큐브’, 한국과도 인연

프랜시스 할젠 교수의 아이스큐브 프로젝트 연구 (사진=노벨상 유튜브 캡처)
프랜시스 할젠 교수의 아이스큐브 프로젝트 연구 (사진=노벨상 유튜브 캡처)
한국 연구진도 아이스큐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와 성균관대가 국제 아이스큐브 공동연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성균관대 연구진은 2010년대부터 중성미자 천문학과 아이스큐브 검출기 연구에 참여해왔다.

할젠 교수와 국내 물리학계의 직접적인 인연도 있다. 김충선 연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에서 할젠 교수의 지도를 받아 1988년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은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높은 에너지의 빛이나 양성자는 오면서 여러 물질과 상호작용하지만 중성미자는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것”이라며 “할젠 교수는 남극에 있는 얼음 전체 덩어리를 하나의 실험 검출기로 처음으로 생각해냈다”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국내에서도 강원 정선의 IBS 예미랩을 활용한 차세대 중성미자 실험이 제안됐고, 구축형 R&D(연구 개발) 사업으로 중성미자 관찰 연구 제안서를 물리학회를 통해 제출해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아이스큐브는 중성미자의 구체적인 천체 발생원을 추적하는 데도 성과를 냈다. 김진호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정책 진화연구센터장은 “아이스큐브가 굉장히 높은 에너지를 관측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에너지의 천문학적인 현상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 관측된 건 블랙홀 주변의 블레이저”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벨상은 스웨덴 발명가이자 사업가였던 알프레드 노벨의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수여해달라”는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매년 수여돼 왔다.

올해 노벨상은 지난 5일 생리의학상에 이어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순으로 수상자가 발표된다. 올해 상금은 1200만 스웨덴 크로나이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과 증서도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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