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까” 묻던 청년들, 이젠 “뭘 보여줄까”…구직 질문이 달라졌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7일, PM 04:4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청년들의 취업 고민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처럼 직무 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보여줘야 하나”처럼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묻는 경우가 늘었다.

취업 준비생의 불안 표현은 줄어든 반면, 취업 이후에는 이직과 경력 관리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AI가 채용과 업무 방식을 바꾸면서 현직자들의 조언도 스펙 중심에서 실제 경험과 AI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멘토링 플랫폼 '잇다'를 운영하는 레디앤스타트 조윤진 대표가 7일 열린 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멘토링 플랫폼 '잇다'를 운영하는 레디앤스타트 조윤진 대표가 7일 열린 <2026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민 :: ‘N포세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출처=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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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청년 질문 5만6000건…“할 수 있을까”에서 “뭘 보여줄까”로

멘토링 플랫폼 잇다를 운영하는 레디앤스타트가 2013년 1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13년간 축적한 청년 질문 5만6000건과 현직자 답변 4만1000건을 분석한 결과다. 잇다에는 삼성,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 등에 재직 중인 약 3500명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질문의 성격은 시기별로 뚜렷하게 달라졌다.

2013~2016년에는 특정 직업이나 직무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탐색형 질문이 많았다.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이다.

2017~2021년에는 서류와 면접 등 채용 과정을 어떻게 통과할지를 묻는 질문이 늘었다. ‘어떻게 합격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였다.

2022년 이후에는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등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묻는 질문이 증가했다. 2026년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와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두드러졌다.

출처=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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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 불안은 줄고…직장인 이직·경력 고민은 2배

학생 신분을 밝힌 구직자들의 질문에서 ‘불안하다’, ‘막막하다’, ‘걱정된다’는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8.1%에서 최근 10.9%로 낮아졌다. 막연한 취업 불안보다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보여줄지를 묻는 질문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회사에 취업한 청년들의 고민은 달랐다. 이직과 경력 관리에 관한 질문은 13년 사이 2배가량 늘었다. 질문에 불안이나 걱정을 담는 비중도 15~24%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회계·재무·금융 분야에서 불안 표현 비중이 24.4%로 가장 높았다. 취업 이후에도 현재의 경력이 앞으로 유효할지, 다음 직장이나 경력 단계로 이동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구직자가 ‘첫 직장을 위한 준비’를 고민한다면, 재직자는 ‘다음 경력을 위한 준비’를 고민하는 셈이다.

출처=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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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멘토 조언 3건 중 2건 “경험 쌓아라”

선배 직장인들의 조언도 달라졌다.

2020년대 초에는 “이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답변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10% 아래로 떨어졌다. 대신 프로젝트와 실무 경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조언이 늘었다.

현재 현직자 답변 3건 중 2건에는 ‘경험’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자격증이나 스펙을 묻는 질문에도 실제 업무나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을 쌓으라는 조언이 많았다.

출처=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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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써보라”…청년이 묻지 않아도 AI 조언 9배

AI는 이러한 변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답변에 나선 선배 멘토 5명 중 1명(21.8%)은 청년 구직자가 AI를 직접 묻지 않았는데도 먼저 AI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전체 답변 건수에서 AI 활용을 선제적으로 언급한 비중은 2022년 1.4%에서 2026년 12.5%로 4년 새 약 9배 늘었다.

조언의 내용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AI가 유망하다”는 전망을 전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직접 써보고 업무에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보라”는 식의 조언이 많아졌다.

잇다를 운영하는 조윤진 레디앤스타트 대표는 “선배 직장인들이 AI를 활용해 실제 업무에서 가치를 만들고 이를 자신의 경험으로 연결해보라고 조언하는 비중이 39.7%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AI 서비스를 사용해보는 것을 넘어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본 경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용형 인턴보다 하루·3일·1주일짜리 경험 필요”

이에 따라 청년 취업의 과제로 ‘경험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업은 실무 경험을 중요하게 보지만 청년 구직자가 처음부터 충분한 경험을 쌓기는 쉽지 않다. 반면 기존 일경험 프로그램은 인턴십이나 장기 교육처럼 참여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레디앤스타트는 교육과 채용 사이에 부담 없이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중간 거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실제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하루, 3일, 1주일 정도의 짧은 프로젝트로 만들어 청년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현직자와 짧게 대화하거나 하루 동안 직무를 체험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험이 반드시 채용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직접 해본 뒤 자신과 맞지 않는 직무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윤진 대표는 “기업에 무거운 채용형 인턴을 요구하기보다 교육과 일자리 사이에서 기업이 실제로 풀고 싶은 문제를 청년들과 가볍게 공유하고 경험하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하루나 3일, 1주일처럼 짧고 유연한 실무 경험의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직자는 ‘첫 취업을 위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재직자는 ‘다음 경력을 위해 무엇을 쌓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두 집단의 질문은 다르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실제 경험이다.

하루짜리 프로젝트부터 3일·1주일짜리 실무 과제, 짧은 현직자 대화까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첫 경험을 만들고 이를 다음 경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경험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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