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산은 왜 L형일까…생명 기원 실마리 찾은 과학자들 노벨상

IT/과학

뉴스1,

2026년 October 07일, PM 08:40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한쪽 거울상 형태로 치우쳐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실마리를 제시한 과학자들이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학계에서는 이들의 연구가 생명체에서 한쪽 거울상만 선택되는 '호모카이랄리티(homochirality)'의 기원을 설명할 실험적 단서를 제시한 기초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왕립과학원은 7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쉬드대 명예교수와 소아이 켄소 일본 도쿄이과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 공로는 '비대칭 유기 합성에서의 비선형 효과(non-linear effects) 및 자가촉매 작용(autocatalysis) 발견'이다.

분자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거울상 관계에 있으면서 겹치지 않는 두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를 '카이랄성(chirality)'라고 한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에서는 두 거울상 중 특정 한쪽 형태가 주로 나타나는 호모카이랄리티가 관찰된다. 대표적으로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은 대부분 L형이다.

화학 반응에서는 두 거울상 형태가 모두 만들어질 수 있지만, 생명체에서 한쪽 형태가 선택된 이유를 규명하는 것은 학계의 오랜 과제였다.

카강 교수는 비대칭 합성 과정에서 촉매의 비대칭 정도와 만들어지는 물질의 비대칭 정도가 단순히 1대1로 대응하지 않는 '비선형 효과'를 발견했다.

소아이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만들어진 생성물 자체가 다시 촉매 역할을 하면서 같은 방향의 생성물을 계속 만들어내는 비대칭 자기촉매 반응을 구현했다.

처음 만들어진 한쪽 거울상 물질이 아주 조금이라도 우세하면 생성된 물질이 다시 촉매로 작용해 같은 형태의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미세했던 차이가 계속 증폭되는 구조다.

최태림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재료과학과 교수는 소아이 교수의 연구에 대해 "1%의 작은 비대칭 촉매만 있어도 자연의 아미노산, 설탕, DNA처럼 99% 이상의 비대칭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며 "이런 방법으로 생명의 근원에서 하나의 거울쌍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쉬드 대학교 명예교수와 소아이 겐소 일본 도쿄이과대학교 교수가 7일(현지시간) 선정됐다.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비대칭 유기 합성에서의 비선형 효과(non-linear effects) 및 자가촉매 작용(autocatalysis)을 발견"한 공로로 2026년 노벨 화학상을 이들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카이랄성은 의약품 개발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같은 화학식을 가진 거울상 분자라도 생체 안에서는 서로 다른 작용을 할 수 있어 원하는 형태의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대칭 촉매를 이용해 특정 거울상 분자를 합성하는 연구가 앞서 2001년과 2021년에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수상의 의의가 새로운 의약품 합성이나 산업적 활용보다 생명체의 호모카이랄리티가 어떻게 생겨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기초 연구라고 봤다.

생명체가 이루는 분자가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카강·소아이 교수는 자연계에서 어느 한쪽 거울상이 아주 미세하게라도 우세한 상태가 만들어졌다면 화학 반응을 거쳐 차이가 크게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곽경원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생명의 기원을 넘어 우주를 이루는 물질들이 왜 방향성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중요한 단서를 준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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