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강기범 교수, UNIST 김병조 교수, 한양대 김우희 교수와 딥테크 스타트업 TDS Innovation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산화물 장벽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식각 플럭스를 이용해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의 결정이 만들어지는 위치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400개 패턴 가운데 99% 이상에서 원하는 위치에 하나의 MoS₂ 단결정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윗줄 왼쪽부터) KAIST 박정원 박사, KAIST 김지윤 석사과정생, KAIST 강수민 석사, 한양대학교 오지은 석박통합과정생, UNIST 선우영민 석박통합과정생, (아랫줄 왼쪽부터) KAIST 강기범 교수, 한양대학교 김우희 교수, UNIST 김병조 교수. 사진=과기정통부
반도체 결정은 원자들이 모여 아주 작은 ‘씨앗’인 결정핵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주변 원자들이 붙으면서 결정이 커진다.
그런데 결정핵이 여러 곳에서 생기면 각각의 결정이 자라 서로 부딪힐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원자 배열이 어긋난 경계가 생기면 전자의 이동을 방해해 반도체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존 선택성장 기술은 반도체가 자랄 영역과 자라지 않을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영역 안에서 결정이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될지는 제어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산화하프늄(HfO₂) 장벽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식각 플럭스에 주목했다. 이 플럭스가 장벽과 가까운 곳에서 결정핵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을 활용했다.
성장 영역의 가장자리에서는 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중앙에서만 결정이 만들어지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성장 영역 중앙에서 하나의 결정핵이 만들어진 뒤 주변으로 자라 하나의 큰 단결정을 이뤘다.
재현성도 높았다. 연구팀은 400개 패턴 가운데 99% 이상에서 중앙에 하나의 MoS₂ 단결정을 형성했다. 최대 10㎛ 크기의 단결정도 구현했다.
산화물 배리어(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남색으로 튀어나온 부분)에서 방출되는 에칭 플럭스(하늘색 가스)가 성장 영역 가장자리의 핵생성을 억제하고, 패턴 중앙에만 핵생성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개념도. 이를 통해 2차원 반도체 결정이 임의의 위치가 아니라 패턴의 중심에서 시작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KAIST 신소재공학과 강기범 교수
기존 선택성장에서는 성장 영역 내부에서 핵생성 위치가 무작위로 나타나거나 여러 개의 핵이 동시에 형성될 수 있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EF-SCN 기술에서는 성장 영역 가장자리의 핵생성이 억제되어 패턴 중앙에서 단 하나의 핵이 형성된다. 아래 실험 이미지에서는 다수의 패턴에서 균일한 단일 중심 핵생성과 단결정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강기범 교수
이번 연구의 의미는 반도체가 ‘어디에서 자랄지’를 정하는 데서 나아가 ‘어디에서 성장을 시작할지’까지 설계했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성장 영역의 크기와 공정 시간, 원료 공급량을 조절해 결정이 생기지 않거나 하나 또는 여러 개 생기는 조건도 찾아냈다.
하나의 큰 단결정 위에 여러 트랜지스터를 제작했을 때 소자 간 성능 편차도 낮았다. 전계효과 이동도의 상대 표준편차를 7.8%까지 낮췄으며, 최대 이동도는 117㎠/V·s를 기록했다.
서로 다른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몰리브덴(MoS₂)과 이셀렌화몰리브덴(MoSe₂)을 옆으로 연결한 구조도 구현했다.
2차원 반도체는 원자 몇 개 수준의 얇은 두께를 가진 소재다. 기존 반도체 위에 새로운 반도체층을 쌓을 수 있어 차세대 3차원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산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가깝게 배치하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의 전력 소모와 처리 지연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장비·공정·소재까지 상용화 나선 TDS Innovation
이번 연구에는 KAIST 교원창업 기업인 TDS Innovation도 참여했다. 2024년 설립된 이 회사는 강기범 KAIST 교수와 모상현 대표가 공동으로 이끄는 2차원 반도체 분야 딥테크 기업이다.
TDS Innovation은 2차원 반도체의 상용화를 위해 증착 장비와 공정, 소재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독자적인 결정층 증착(CLD) 기술을 기반으로 웨이퍼 수준의 2차원 반도체 구현을 위한 금속유기화학기상증착(MOCVD) 장비와 공정, 전구체 소재를 통합 개발하는 방식이다.
특히 3차원 적층 로직 소자의 채널 등에 2차원 반도체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위치 제어 기술 역시 향후 2차원 반도체를 필요한 위치에 성장시키는 제조공정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TDS Innovation은 이번 연구 성과와 함께 글로벌 장비 기업의 기술 경연에서 상위 10개 기업에 선정됐으며,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다만 이번 연구는 소재 성장 단계에서 기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실제 반도체 제조에 적용하려면 더 큰 기판에서의 구현, 미세한 회로 패턴 적용, 공정 온도 낮추기, 산업용 장비 개발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강기범 KAIST 교수는 “2차원 반도체 성장 과정에서 결정이 어디에서 시작될지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하고 연산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집적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