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에 싣고 576㎞서 정확히 내려놨다…누리호 '운반의 기술'

IT/과학

뉴스1,

2026년 October 08일, AM 05:30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오후 전남광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5차 발사를 맞이한 누리호는 초소형군집위성 2~6호 5기와 국내 기업·대학·연구기관이 개발한 큐브위성 10기 등 총 15기의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7 © 뉴스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위성을 우주에 올려놓는 단계를 넘어 여러 기의 주탑재위성을 한꺼번에 싣고 목표 궤도에서 각각 분리하는 임무까지 수행했다.

누리호는 5차 발사에서 초소형군집위성 5기를 약 576㎞ 고도까지 운반한 뒤 3단의 자세를 바꿔가며 정해진 순서대로 분리했다. 우리나라 발사체가 여러 기의 주탑재위성을 한 번에 우주로 운반해 각각 분리한 것은 처음이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발사를 두고 "단순히 위성을 목표 궤도까지 운반하는 것을 넘어 여러 기의 위성을 한 번의 발사로 정밀하게 궤도에 배치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군집위성의 성공적인 궤도 투입으로 고객이 원하는 궤도와 시간에 맞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 단계 더 높은 우주수송 역량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지난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이륙해 745.7초 만에 고도 575.4㎞에 도달했다. 이후 자세를 안정화한 뒤 795.3초부터 945.3초까지 고도 약 576㎞에서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2~6호 5기를 차례로 분리했다.

이번 발사에는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역대 가장 많은 위성 15기가 실렸다. 주탑재위성 5기와 큐브위성 9기 등 총 14기가 분리됐다. 다만큐브위성 가운데 쿼터니언이 개발한 '퍼샛02' 1기는 누리호가 정상적으로 사출 신호를 보냈음에도 사출관 덮개가 열리지 않아 분리되지 못했다.

주탑재위성은 분리 이후 지상국과의 교신도 이어지고 있다. 6호가 이날 오후 1시 8분쯤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가장 먼저 교신한 데 이어 4호가 오후 2시 42분 세종기지, 3호가 오후 3시 27분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 2호가 오후 4시 18분 세종기지와 각각 첫 교신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5호가 오후 5시 52분 남극 세종기지와 첫 교신에 성공하면서 이날 발사된 초소형군집위성 5기 모두와의 교신이 완료됐다.

1기 '쏘아 올리던' 로켓서 5기 '나눠 내려놓는' 로켓으로
이번 5차 발사의 핵심은 주탑재위성 5기를 충돌 없이 분리하는 것이었다.

누리호는 위성 한 기를 분리한 뒤 3단의 자세를 바꾸고 다음 위성을 다른 방향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5차 발사에서 중요한 것은 주탑재위성을 분리할 때 발사체의 자세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위성을 분리할 때 발생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저충격 분리장치도 처음 적용됐다. 기존에는 위성을 발사체에 고정하는 장치를 화약으로 풀어주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충격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설계한 장치를 도입했다.

누리호의 위성 수송 임무는 발사를 거듭하면서 확대됐다. 2022년 2차 발사에서는 성능검증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렸다. 3차 발사부터는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실용위성을 주탑재위성으로 실었고 이번에는 주탑재위성을 5기로 늘려 각각 다른 방향으로 분리했다.

오 청장은 지난달 3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5차 발사의 가장 핵심은 초소형군집위성 5개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위성을 다양한 고도로 발사해야 하는데, 이것이 상용 발사 서비스의 핵심이다. 그런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체의 수송 능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주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주발사체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으로 탑재체를 운반하고 유도·항법·제어를 거쳐 비행한다는 점에서 일부 기반 기술을 공유한다.

다만 목적과 임무가 다른 만큼 필요한 기술에는 차이가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대기권 밖으로 올라간 탄두를 다시 대기권에 진입시켜 목표 지점까지 보내야 해 고온·고압을 견디는 재진입체 기술 등이 별도로 필요하다.

누리호는 이번 5차 발사에서 탑재체를 목표 궤도까지 운반한 뒤 여러 개의 주탑재위성을 정해진 순서와 방향에 따라 분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다음은 '서로 다른 궤도'까지 실어나르는 로켓
누리호는 이번에 여러 위성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리했지만 서로 다른 고도의 궤도에 각각 투입하지는 못한다. 현재 누리호 3단 엔진은 연소를 마친 뒤 다시 점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다중 위성 궤도 투입은 3단 엔진의 점화·재점화를 요구한다"며 "차세대 발사체의 상단 재점화가 구현되면 임무 궤도를 달리한 다중 페이로드 투입이 가능해 발사체의 효용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32년까지 약 2조 2921억 원을 투입해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한다. 개발 방향은 메탄 추진제 기반 재사용 발사체로, 80톤급 메탄엔진을 기반으로 1단을 회수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 상단 엔진에는 서로 다른 궤도에 위성을 투입할 수 있도록 재점화 기술을 적용한다.

정부는 2031년 성능검증선을 발사하고 2032년에는 달 연착륙 검증선과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누리호가 이번에 처음으로 여러 주탑재위성을 한꺼번에 싣고 목표 궤도에서 각각 분리했다면 차세대 발사체에서는 상단 재점화를 통해 서로 다른 궤도에 여러 위성을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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