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몸값 시험대…엔비디아 투자받은 퍼머스 IPO 철회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0일, AM 09:4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엔비디아의 투자를 유치하고 오픈AI·메타와 대규모 AI 인프라 계약을 맺으며 호주 증시의 대형 기업공개(IPO) 후보로 주목받았던 데이터센터 기업 퍼머스(Firmus)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목표 기업가치는 약 306억달러(약 44조원), 공모 조달 목표액은 50억달러에 달했지만 시장 변동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을 넘지 못했다.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기업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하지만 대형 고객과의 계약만으로 높은 기업가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설비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몸값 시험대…엔비디아 투자받은 퍼머스 IPO 철회
◇두 달 새 기업가치 3배…가동 용량은 42㎿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퍼머스는 호주 증권거래소(ASX)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퍼머스는 시장 변동성과 전반적인 시장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상장 철회 배경으로 거론됐다.

퍼머스는 당초 IPO를 통해 약 5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목표 기업가치는 약 306억달러로, 호주 통신기업 텔스트라가 1997년 상장한 이후 호주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IPO 후보로 주목받았다.

기업가치는 두 달 사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퍼머스는 2026년 8월 자금 조달 당시 약 10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이번 상장에서는 약 306억달러를 목표로 삼았다. 엔비디아 등 주요 투자자의 지원과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기대가 몸값 상승을 이끌었다.

퍼머스는 9월 초 오픈AI를 데이터센터 핵심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메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인프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퍼머스의 호주 멜버른 AI 팩토리에서 엔비디아의 GB300 NVL72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향후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에서도 AI 모델 훈련과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오픈AI와의 계약을 포함해 퍼머스가 계약한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은 90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은 약 42㎿ 수준이다. 퍼머스가 추진하는 1GW(기가와트·1000㎿)급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추가 설비와 전력·냉각 시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계약 규모를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를 가를 변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성장성 넘어 수익성 시험대

이번 상장 철회는 AI 인프라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잣대가 엄격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확산으로 연산 자원 수요는 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는 건설과 전력 확보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설비 구축이 늦어지거나 예상한 수요와 수익이 실현되지 않으면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의 분석 매체 브레이킹뷰스는 퍼머스의 기업가치 급등과 제한적인 운영 규모, 대규모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짚었다. 대형 고객과의 계약뿐 아니라 투자 규모와 사업 실행 능력, 자금 조달 조건까지 입증해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퍼머스는 상장 대신 사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신들은 기존 투자자 등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보도했다. 다만 조달 규모와 향후 상장 재추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코어위브(CoreWeave) 등 AI 연산 인프라 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일수록 계약 규모뿐 아니라 실제 설비 가동률과 매출·이익 전환 능력, 부채 부담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경쟁이 인프라 확보를 넘어 투자금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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