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인간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 뛰어나지만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제어하는 능력은 부족합니다."(얀 르쿤 AMI랩스 창업자·회장) 인공지능(AI) 석학 얀 르쿤 AMI랩스 창업자 겸 회장이 AI의 다음 혁신은 언어가 아닌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데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과 로봇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평가다. 르쿤 회장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서 "언어를 이해하는 시스템과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시스템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글로벌 AI 경쟁은 단순히 뛰어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등 세계적인 제조 기반과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 데이터, 공정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르쿤 회장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CEO), 앤서니 아눈지아타 AI 얼라이언스 공동창립자, 지미 리 ASI파운드리 회장 등 글로벌 AI 리더 4명이 참석했다. 르쿤 회장은 현재 LLM이 수학 문제를 풀거나 코드를 작성할 수 있지만, 별도 훈련 없이 식탁을 치우는 10세 어린이 수준의 작업도 로봇은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십억 시간의 운전 데이터를 학습하고도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해법으로는 '세계 모델'(월드 모델)을 제시했다. AI가 자신이 취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순서를 계획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르쿤 회장은 기존 생성형 AI와 다른 '공동 임베딩 예측 아키텍처'(JEPA)를 기반으로 이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강점으로는 제조업 기반과 연구 인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이미 과학·기술·공학 분야에 뛰어난 인재를 갖추고 있다"며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대학·연구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뉴욕대가 공동 운영하는 '글로벌 AI 프런티어 랩'도 협력 사례로 소개했다. 크리스토퍼 응우옌 CEO는 AI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과 거버넌스에 투자하면서 AI를 현장에 일찍, 자주 배치해야 한다"며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산업적 가치가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아눈지아타 공동창립자는 글로벌 AI 공동개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태피스트리'를 소개했다. 참여 기관이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공통 기반모델 개발에 기여하고, 이를 활용해 각자 산업에 특화된 AI를 구축하는 협력 방식이다. 그는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공통 기반모델 개발에 참여하면서도 각자의 산업적 전문성과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미 리 회장도 "한국은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고품질 데이터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며 이를 글로벌 AI 기술과 결합해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쿤 회장은 AI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수록 기반모델이 오픈소스·오픈웨이트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한국이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의 새로운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