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 반박한 르쿤 "AI 공포는 SF…韓은 피지컬AI 기회”(종합)

IT/과학

뉴스1,

2026년 October 12일, PM 04:33

(왼쪽부터) 얀 르쿤 뉴욕대 교수 겸 AMI 랩스 창업자·회장,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CEO), 앤서니 아눈지아타 AI 얼라이언스 공동창립자, 지미 리 ASI파운드리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뉴스1 이기범 기자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AI) 로봇이 갑자기 세상을 지배하는 건 공상과학(SF) 영화 속 시나리오일 뿐 현실 세계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혁신은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나 쉽게 재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AI 종말론을 공상과학 영화 속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최근 국내 금융권 연쇄 해킹과 AI를 활용한 공격 위협에 관한 질문에도 "공격보다 방어가 유리하다"며 낙관론을 폈다. 또 피지컬 AI 분야에서 제조업에 강점을 지닌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르쿤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AI 해킹은 부주의탓…공격보다 방어 유리"
이날 르쿤 교수는 AI 종말론과 속도 조절론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여타 기술과 마찬가지로 AI도 점진적 발전 과정 속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안전성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AI 로봇이 갑자기 세상을 지배하는 건 "공상과학(SF) 영화 속 시나리오일 뿐 현실 세계에서 혁신은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나 쉽게 재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는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인간 수준의 AI가 없던 시기와 초지능 AI가 존재하는 시기를 가르는 특정 시점이나 단일 사건은 없을 것"이라며 "수많은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점진적인 발전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금융권 해킹과 AI 공격 위협에 관한 질문에 최근 사이버 보안 사건들은 기본적으로 부주의에서 비롯됐으며, AI를 통제할 수 없어서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어 개방형 커뮤니티를 통해 화이트해커(방어자)들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르쿤 교수는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대체로 AI가 공격자보다 방어자에게 유리하다"면서 "방어하는 쪽에 더 많은 인력과 교육 수준이 높은 인재가 있고, 비밀리에 일할 필요가 없으며 자금 지원도 원활하다"고 꼽았다.

르쿤 교수는 앞서 AI 종말론, 속도 조절론에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지난 9월 그는 AI를 항공기의 터보팬에 비유하며 개발 초기에는 위험할 수 있지만, 갈수록 안전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2024년 5월에도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종말론자의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도 그는 "AI를 안전하게 만드는 게 터보제트 엔진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보다 공학적으로 더 간단한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를 공학적 문제라고 언급한 점을 인용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인공지능(AI) 3대 대부'로 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이기범 기자

"피지컬 AI 시대, 제조 강국 한국에 기회 있다"
이날 르쿤 교수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AI를 다음 혁신으로 제시하고, 제조업 기반과 연구 인력을 갖춘 한국이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르쿤 교수는 현재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수학 문제를 풀거나 코드를 작성할 수 있지만, 별도 훈련 없이 식탁을 치우는 10세 어린이 수준의 작업도 로봇은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십억 시간의 운전 데이터를 학습하고도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해법으로는 '월드 모델'을 제시했다. AI가 자신이 취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순서를 계획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는 기존 생성형 AI와 다른 '공동 임베딩 예측 아키텍처'(JEPA)를 기반으로 이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강점으로는 제조업 기반과 연구 인력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이미 과학·기술·공학 분야에 뛰어난 인재를 갖추고 있다"며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대학·연구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뉴욕대가 공동 운영하는 '글로벌 AI 프런티어 랩'도 협력 사례로 소개했다.
크리스토퍼 응우옌 CEO는 AI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과 거버넌스에 투자하면서 AI를 현장에 일찍, 자주 배치해야 한다"며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산업적 가치가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아눈지아타 공동창립자는 글로벌 AI 공동개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태피스트리'를 소개했다. 참여 기관이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공통 기반모델 개발에 기여하고, 이를 활용해 각자 산업에 특화된 AI를 구축하는 협력 방식이다.

그는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공통 기반모델 개발에 참여하면서도 각자의 산업적 전문성과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미 리 회장도 "한국은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고품질 데이터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며 이를 글로벌 AI 기술과 결합해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를 기획한 황명은 ASI파운드리 대표는 산업 AI를 도입할 때 기업이 해결해야 할 현장 과제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업무 흐름과 시스템을 진단한 뒤 과제에 맞는 글로벌 AI 기술을 연결하고, 적용과 검증을 거쳐 운영 단계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도입 이후에도 실제 성과를 확인하면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르쿤 교수는 AI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수록 파운데이션 모델이 오픈소스·오픈웨이트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한국이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의 새로운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축사를 통해 "글로벌 AI 경쟁은 단순히 뛰어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등 세계적인 제조 기반과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 데이터, 공정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얀 르쿤 교수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2018년 튜링상을 수상하며 AI 3대 대부로 평가받는다. 메타 수석 AI 과학자를 역임했으며 AI 스타트업 AMI랩스의 공동창업자 겸 회장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얀 르쿤 뉴욕대 교수 겸 AMI 랩스 창업자·회장,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CEO), 앤서니 아눈지아타 AI 얼라이언스 공동창립자, 지미 리 ASI파운드리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뉴스1 이기범 기자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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