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주문해줘" 한마디면 결제까지…카톡, 'AI 실행창'으로 진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PM 07:2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번에 주문했던 생수, 다시 주문해줘.”

앞으로 카카오톡에서 이러한 한마디를 하면 인공지능(AI)이 과거 주문내역을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평소 마시던 생수를 기억하고 가장 저렴한 상품과 쿠폰을 찾아 가격을 제시한 뒤 이용자가 확인하면 주문·결제까지 이어간다. 점심시간이라면 시간과 장소, 평소 식사 취향을 바탕으로 자주 먹는 메뉴를 회사로 주문할지 먼저 묻는다.

카카오(035720)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대화 공간에서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실제 일을 처리하는 ‘통합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진화시킨다. 카카오는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AI 제품·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매번 나를 새롭게 설명하지 않아도 카나나가 나를 기억하고 맥락에 맞게 응답하도록 한다”며 “쌓아온 기억과 지금의 맥락이 짧은 한마디를 나에게 맞는 응답으로 바꾸고 그 대화는 실행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기능 찾지 말고 말로”…카톡 위에 뜨는 ‘AI 레이어’

가장 먼저 이용자가 체감할 서비스는 AI 어시스턴트 ‘카나나 스페이스(Kanana Space)’다. 별도 앱이나 새 탭 대신 현재 카카오톡 화면 위에 열리는 ‘AI 레이어’로 설계했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면 첫 페르소나인 ‘라이언’이 등장해 음성으로 요청을 받는다. 텍스트나 플로팅 버튼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현장 시연에서 “오늘 일정 알려줘”라고 하자 가족 채팅방의 자녀 하원 부탁을 찾아 교통 상황을 반영한 출발 시간을 알려줬다. 러닝 계획이 있으면 날씨와 운동기록을 보고 옷차림과 페이스를 제안했다. “안 읽은 메시지 중 업무 관련된 것만 정리해줘”라는 요청에는 해야 할 일을 추린 뒤 답장까지 보냈다.

과거 대화도 기억한다. “지난주에 아내가 말한 게 뭐였지?”라고 묻자 자녀 생일과 케이크를 사오라는 부탁을 찾아줬고, “생수 주문해줘”라고 하면 이전 구매내역과 쿠폰을 토대로 주문·결제까지 연결하는 방식도 선보였다.

김대년 카카오 디자인 총괄 성과리더는 “선물하기나 예약하기도 필요한 기능을 찾아 들어가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말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기능을 찾는 경험에서 의도를 말하는 경험으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메시지 전송이나 결제 등 중요한 행동은 이용자가 최종 승인하도록 한다.

카나나 스페이스는 13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12월부터 신청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한다. 향후 주문·선물·예약·송금 등으로 실행 범위를 넓힌다.

김대년 카카오 디자인 총괄 성과리더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김대년 카카오 디자인 총괄 성과리더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5000만명 일상에 가장 가까운 AI”…칸바스·카나나 모델 공개

카카오가 강조한 것은 ‘좋은 답변’보다 ‘일의 완결’이다. “친구와 갈 식당 찾아줘”라고 하면 추천에 그치지 않고 조건에 맞는 식당을 찾고 예약 가능 시간을 확인한 뒤 이용자 승인 후 예약·공유까지 끝내는 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카카오의 AI 모델 ‘카나나(Kanana)’다. ‘AI 컨덕터’가 요청에 따라 온디바이스 모델과 대형 모델, 검색·지도·예약 등 각종 도구를 골라 실행 순서를 조율한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총괄 성과리더는 “카나나는 거대한 모델 하나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건 가장 큰 AI가 아니라 5000만 사용자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AI”라고 말했다.

텍스트·이미지·음성을 함께 이해하고 음성으로 답하는 옴니 언어모델 ‘Kanana-o’,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수행해 동시통역이 가능한 풀듀플렉스 기술 ‘Kanana Live’도 공개했다. Kanana-o의 주요 구성 기술은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AI 고도 이용자를 위한 ‘칸바스(Kanvas)’도 새로 선보였다. PC에서 이용자가 직접 자율형 에이전트를 만들고 반복 업무를 맡기는 서비스다. 연말정산처럼 자료를 모아 사이트에 입력하고 이용자 확인을 거쳐 신고·납부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르면 연내 소규모 이용자를 대상으로 CBT를 진행하며, 내년 상반기에는 카카오톡에 개인 에이전트 팀을 연결하는 새 공간도 마련한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총괄 성과리더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총괄 성과리더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AI 사용도 ‘선택’…카카오AI 핵심 제품으로

개인화를 위한 기술 기반으로는 ‘프로젝트 모자이크(Project Mosaic)’를 추진한다. 흩어진 기억과 경험을 의미 있는 맥락으로 묶어 각 에이전트에 필요한 정보만 이용자가 허용한 범위에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이전트의 답변뿐 아니라 행동 계획과 실행 과정까지 점검하는 AI 안전 체계도 함께 구축한다.

눈에 띄는 것은 AI 활용 수준 자체를 이용자가 선택하도록 한 점이다. 기존처럼 메신저만 쓰려는 사람부터 요약·번역 정도만 이용하려는 사람, 온디바이스 AI를 선호하는 이용자, 여러 에이전트에 복잡한 업무를 맡기는 고도 이용자까지 단계별 선택지를 둔다.

지난해 카카오톡 대개편 과정에서 이용자 반발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AI 기능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이용자 수용도에 따라 활용 수준을 선택하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로드맵은 오는 12월 인적분할 이후 출범할 신설법인 ‘카카오AI’의 신제품 청사진이라는 의미도 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와 광고·커머스를 연결할 사업회사인 만큼 카나나 스페이스와 칸바스, 카나나 모델은 자체 AI 기술을 실제 주문·예약·결제 등 이용자 행동과 거래로 연결하는 핵심 제품군이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모두를 위한 연결’은 AI 시대에도 이어갈 변함없는 기준”이라며 “각자의 선택에 맞춰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고 필요한 일을 하는 지능을 더해가겠다”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1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kakao)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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